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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 '공포의 도로공사 현장'…1년에 5명 사망

충남 태안군 소원면 신덕리는 조용한 어촌마을이다.

주민들이 경운기를 타고 갯벌에 나가 바지락을 캐며 생계를 이어간다.

하지만 마을 옆 국도 32호선 확장공사(소원면 모항리∼태안읍 장산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면서 마을에 심각한 고민거리가 생겼다.

주민들이 갯벌에 가기 위해서는 국도 32호선을 가로질러야 하는데, 도로의 폭이 넓어졌을 뿐만 아니라 차량의 속도도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도로 공사가 진행 중이어서 신호등은 물론 횡단보도조차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점도 문제다.

4차선 도로를 가로질러 갯벌로 가야 하는 주민 입장에서는 도로공사가 끝나는 내년 말까지는 목숨을 걸고 도로를 횡단해야 하는 셈이다.

신덕리처럼 매일 도로를 건너 갯벌로 가는 마을이 국도 32호선 확장공사 구간(13.1㎞)에만 20여곳에 이른다.

주민 불안은 사고로 이어졌다.

지난달 8일 오전 9시 55분께 신덕리 교차로에서 오토바이와 승용차가 충돌해 1명이 숨지는 등 불과 13.1㎞에 불과한 공사 구간에서 올해에만 5명이 소중한 목숨을 잃었다.

사고 원인은 대부분 과속이다.

도로 폭이 넓어지고 직선구간이 늘어나면서 차량이 속도를 내기 때문이다.

경찰과 함께 현장을 찾아 차량의 속도를 측정한 결과 대부분 시속 90㎞ 안팎으로 달리는 것으로 확인됐다.

공사 구간은 시속 40㎞를 넘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어긴 것이다.

경찰은 도로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만이라도 과속방지턱을 설치해 줄 것을 요청하지만, 업체에서는 2차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업체 측은 대신 이미지 과속방지턱을 설치했다고 설명했다.

지역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설계도 문제다.

국도 주변 마을 주민들이 갯벌에서 바지락을 캐기 위해서는 도로를 가로질러 가야 한다는 점을 고려해 지하통로를 설치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근호 서산경찰서 교통관리계장은 "도로가 넓어지면서 차들이 속도를 높이고 있지만, 신호등이나 횡단보도 등 교통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되지 않은 상태"라며 "공사가 마무리되기 전까지 안전시설 확충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공사를 맡은 업체 측은 언론 취재가 시작되자 교통안전시설 확충을 약속했다.

업체 관계자는 "도로 공사가 주민들의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죄송하게 생각한다"며 "속도를 줄이라는 안전 표지판을 확충하고 이미지 과속방지턱 등 각종 안전시설물을 확충해 안전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만전을 기하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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