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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트럭테러 누명 썼다 풀려난 난민 '뛴 것도 죄인가'

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트럭 테러가 발생했던 19일 밤, 파키스탄 출신 나비드 발로흐(24)는 친구 집에서 나와 거리를 걷고 있었다.

발로흐는 차가 다가오는 것을 보고 속도를 냈고, 경찰차인 것을 알아보고 멈춰 섰다.

경찰에게 신분증을 제시하고 돌아섰지만, 경찰은 곧바로 그를 다시 불러 경찰차 뒷자리에 태웠다.

등 뒤로 손이 묶이고 눈을 가린 채 한 경찰서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지는 동안 한 경찰관은 발뒤꿈치로 그의 발을 밟았고, 다른 경찰관은 손으로 목을 압박했다.

옷을 벗긴 채 사진을 찍었고, 저항하자 폭력을 행사했다.

당시 테러 용의자로 붙잡혔다가 다음날 풀려난 발로흐는 29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현재 숨어지내고 있으며 생명에 위협을 느낀다고 말했다.

종교적 극단주의자들이 기승을 부리는 발루치스탄주에서 세속주의 분리운동을 하던 그는 생명의 위협을 받고 1년 전 고향을 떠났다.

3개월 동안 걸어 이란에 도착했고 이후 기차를 타고 터키와 그리스를 거쳐 지난 2월 뮌헨에 도착했다.

발로흐는 독일에서 망명 신청을 하고 보호받고 있었지만, 더는 안전하다고 느끼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파키스탄에 남아있는 그의 가족들도 보안 당국의 연락을 받았고, 그의 이름과 사진이 공개되며 협박 전화까지 받고 있다는 것이다.

발로흐는 운전은커녕 시동을 걸 줄도 모른다고 말했다.

테러범과 트럭 운전사인 폴란드인 사이에 유혈 다툼이 있었던 것도 확인됐지만, 그에게는 핏자국이나 상처 하나 없었다.

다음날 풀려날 때까지 경찰은 차와 비스킷을 줬지만 발로흐는 그것마저 먹을 수 없었고, 손이 등 뒤로 묶인 채 매트리스도 없는 나무 침대에서 잤다.

경찰은 그를 풀어주며 '당신을 발견했을 때 달려서 길을 건너고 있었기 때문에 범인이라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고 발로흐는 전했다.

당시 이미 경찰은 트럭 안에서 신분증이 발견된 튀니지 출신 용의자 아니스 암리(24)를 추적하고 있었다.

경찰에서 풀려난 뒤에도 발로흐는 신변의 위험 때문에 호텔과 모처에서 은신하고 있다.

그는 자신과 가족의 안전에 큰 두려움을 느껴 인터뷰를 결심했다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음으로써 이해받고 안전하게 지내고 싶다고 말했다.

그의 망명 신청은 그가 사용하는 발루치어 번역가를 찾지 못해 계류 중이다.

발로흐는 "파키스탄에서 나와 같이 발로치 족 분리주의 단체 활동을 했던 사촌들은 모두 보안 당국에 끌려가 살해당했고 시신은 유기됐다. 함께 일하던 대다수가 체포되고 죽었다. 나 역시 그렇게 되는 건 시간문제고, 그게 독일에 온 이유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밀입국업자를 통해 왔기 때문에 독일에 대해 아는 것이 거의 없다며 일자리를 찾고 독일어를 배우고 싶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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