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1호 영장' 문형표 영장심사…특검-변호인 '불꽃 공방'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압력을 가한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이 오늘(30일) 오후 법원의 영장 심사를 받았습니다.

문 전 장관의 영장심사는 오늘 오후 3시30분쯤부터 서울중앙지법 조의연 영장전담 부장판사의 심리로 1시간 30분가량 진행됐습니다.

특검팀과 변호인은 한 치의 양보 없는 치열한 공방을 벌였습니다.

특검팀에서는 양재식 특검보와 김창진 부부장검사, 강백신 검사가 투입돼 문 전 장관의 구속 필요성을 강하게 주장했습니다.

문 전 장관이 두 회사 합병에 찬성하라고 국민연금 측에 요구한 혐의를 조사에서 시인한 만큼 책임을 피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문 전 장관 측 변호인은 합병 찬성 입장을 전한 것이 압력이나 강요가 아니라 당시 여론이나 의견을 표현한 정도라는 취지로 맞선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문 전 장관 측 변호인은 "문 전 장관이 직접적으로 그렇게 하라고 한 건 아니다. 직권남용 혐의를 부인하고, 거기에 대해 다툴 부분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제3자 뇌물수수 혐의 등 비위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은 어제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와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문 전 장관의 구속영장을 청구했습니다.

특검팀이 지난 21일부터 공식 수사에 돌입한 이후 청구한 '1호 구속영장'입니다.

문 전 장관은 보건복지부 장관이던 지난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도록 부당한 압력을 가한 혐의를 받습니다.

특검은 '캐스팅보트' 역할을 한 국민연금이 손해를 무릅쓰고 찬성표를 던진 배경에 청와대가 있는 건 아닌지 의심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특검은 문 전 장관이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국회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지시 의혹을 부인하는 취지로 말한 것이 위증이라 판단하고 혐의에 포함했습니다.

문 전 장관 수사는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과 삼성의 '비선 실세' 최순실 씨 '특혜 지원 의혹' 사이의 연관성을 규명하기 위한 중요한 과정으로 꼽힙니다.

문 전 장관이 청와대나 윗선의 지시를 받고 국민연금에 합병 찬성을 요구했고, 그 성사 대가로 삼성이 박 대통령 측근인 최씨 측을 지원한 것 아니냐는 게 의혹의 핵심입니다.

문 전 장관은 오늘 심문 시작 약 1시간20분 전인 오후 1시40분께 법무부 호송차를 타고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했습니다.

28일 오전 특검팀의 대치동 사무실에서 조사를 받다 긴급체포된 문 전 장관은 체포된 직후 입었던 수의가 아닌 검은 양복 차림에 푸른 마스크를 낀 모습이었습니다.

구속 여부는 밤늦게 결정될 예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