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베를린 크리스마스 시장에서 트럭 테러를 벌인 용의자는 이미 올해 초부터 당국의 감시를 받던 인물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난해 파리 연쇄 테러 이후 수차례 테러를 겪은 유럽에서 안보 당국의 수사망은 여전히 허점을 노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영국 BBC 방송과 텔레그래프, 미국 워싱턴포스트 등에 따르면, 용의자로 지목된 튀니지 출신 난민 24살 아니스 암리는 지난해 6월 이 탈리아에서 독일로 들어갔습니다.
그는 지난 3∼9월 총기 구매 비용을 대기 위해 강도질을 계획한 혐의로 당국 감시를 받았지만, 베를린 공원에서 마약 거래를 하거나 바에서 싸움한 것 이상의 혐의가 확인되지 않아 감시가 해제됐습니다.
8월에는 이탈리아인으로 위조한 신분증을 갖고 있다가 체포되기도 했지만 바로 풀려났습니다.
당국은 이후에도 그의 동태를 확인해 왔지만, 암리는 지난달 말에서 이번 달 초 사이 베를린에서 사라졌고, 최근 네덜란드와 국경을 맞댄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에메리히의 난민 숙소에 잠시 머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 주 내무장관은 암리가 지난달까지 대테러 당국의 주목을 받고 있던 인물이라고 확인했습니다.
현지 언론은 암리가 '아부 왈라'로 알려진 아흐마드 압델아지즈 아가 이끄는 독일 내 이슬람 극단주의 조직에 연루됐다고 보도했습니다.
아부 왈라는 극단주의 사상을 전파하고 사람들을 규합해 시리아의 IS로 보내려 한 혐의로 지난달 체포됐습니다.
경찰은 암리에 대해 10만 유로, 약 1억 2천만 원의 현상금을 내걸고 공개 수배를 하면서, 그가 6개 가명을 사용하고 있으며 이집트인이나 레바논인 행세를 하기도 했다고 밝혔습니다.
암리는 2012년쯤 이탈리아로 이주했으며, 그곳에서 방화 혐의로 4년을 복역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또, 튀니지에서도 무장강도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받고 수배를 받고 있었습니다.
워싱턴포스트는 암리의 이런 범죄 기록들이 독일 추방 제도의 허점을 드러내고, 앙겔라 메르켈 총리의 난민 포용 정책에 가혹한 비판을 더 하며 정치적 악영향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암리는 지난 6월, 난민 신청이 거부돼 추방 위기에 몰렸지만, 튀니지 여권 발급이 늦어지며 유예 신분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그의 여권은 그가 트럭을 몰고 크리스마스 마켓에 돌진해 수십 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이틀 뒤인 어제서야 도착했습니다.
심지어 테러를 저지르고 도주하기 전 병원에서 상처를 치료를 받았을 수 있다는 의혹도 제기됐습니다.
프랑스 정보기관 출신으로 브뤼셀에서 대테러 전문가로 활동 중인 클로드 모니크는 "그들은 정보도 갖고 있고 IS가 런던과 파리, 베를린에서 공격을 감행하려 한다는 사실을 증언한 재소자도 있었다"며, "이런 모든 시도에도 그들은 여전히 안전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에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테러는 어느 나라에서든 일어날 수 있지만, 독일은 준비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