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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현상·브렉시트 남일 아냐" 호주 정치불신 '빨간불'

민주주의·정치인 신뢰 40년 새 최저…"정치인, 보통사람 생각 몰라"

호주인들은 덴마크와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의 몇 개 국가를 제외하고는 전통적으로 세계에서 자신들의 민주주의에 대해 가장 만족하는 사람들로 생각해왔다.

하지만 최근 국민들의 민주주의에 대한 만족도나 정부나 정치 신뢰도가 약 40년 사이 최저치로 추락하면서 호주에서도 도널드 미국 대통령 당선이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와 같은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호주국립대(ANU)가 21일 공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정부 신뢰도와 함께 주요 정당 충성도는 날로 떨어지고 있다.

호주 국민은 정치인들의 경제 대처 능력에도 거의 신뢰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번 조사는 지난 7월 연방 상하원 선거 후 3개월 동안 2천818명과의 인터뷰를 통해 이뤄졌다.

ANU는 1987년 이래 매 선거 후 이런 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일부 항목은 1969년부터 나온 자료를 참고했다.

올해 조사 결과 호주 민주주의에 대한 불만족도는 40%로 크게 늘었다.

이전 조사인 2013년의 28%나 2007년 14%에 비해 크게 늘었다.

불만족도가 이번보다 높았던 때는 45%를 기록한 1979년이다.

정치인들이 보통사람들의 생각을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는 52%였다.

2001년부터 이런 질문을 던지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다.

또 정부의 신뢰도는 더욱 심각해 응답자의 26%만이 정부를 믿는다고 밝혔다.

정부를 신뢰한다는 답변은 2007년 43%를 기록한 뒤 내리막길을 달리고 있으며, 1969년 이런 질문이 처음 나온 뒤 최저치다.

모든 사람을 위해 정부가 운영된다고 답한 사람은 12%에 그쳤다.

정부가 소수의 거대 이해관계자를 위해 운영된다고 밝힌 사람은 56%나 되면서 약 10년 전인 2007년 38%보다 매우 증가했다.

지난 7월 총선을 앞두고 8주간의 긴 선거운동이 전개됐지만 많은 관심을 가졌다는 층은 30%에 그쳤다.

각 당 지도자들의 토론을 시청한 사람은 21%로, 이 또한 큰 폭의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밖에 특정 정당에 대한 맹목적 지지도 크게 바뀌어 항상 같은 당에 투표한다고 한 사람은 40%에 그쳤다.

1987년에는 63%였다.

연구를 이끈 이안 맥올리스터 정치학과 교수는 "민주주의적 절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정치인들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조사 이후 사상 최저 지점에 있다"고 시드니모닝헤럴드에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의 당선과 브렉시트, 유럽의 기성 정치권에 대한 환멸 등과 유사한 흐름이 호주에서 나타나고 있다며 "민주주의의 위기로까지 말할 수는 없어도 우리 정치인과 정치 엘리트에 대한 경고음"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런 흐름을 틈타 극우성향의 '하나의 국가'당은 지난 7월 연방상원 선거에서 4석을 차지하는 약진을 한 데 이어 당의 본거지인 퀸즐랜드 등 다른 주선거에도 많은 후보를 내기로 하는 등 급속도로 세를 넓혀가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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