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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은 스모그 바다"…中 동북 엿새째 심각한 스모그

"도심은 스모그 바다"…中 동북 엿새째 심각한 스모그
"올해도 어김없이 스모그가 왔네요. 정부가 각종 대책을 내놓아도 소용이 없고 이젠 체념했어요."

21일 아침 출근시간대 중국 랴오닝(遼寧)성 성도인 선양(瀋陽) 도심에서 만난 시민들은 매년 되풀이되는 스모그에 지쳤다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선양을 비롯해 한반도 인접한 랴오닝 이외에 지린(吉林) 성·헤이룽장(黑龍江) 성 등 동북3성은 이달 16일부터 엿새째 '심각한 수준'의 스모그로 덮였다.

이날 오전 10시 현재 선양의 공기질량지수(AQI)는 220으로 건강에 위험한 단계였다.

이 도시의 PM 2.5(지름 2.5㎛ 이하의 초미세 먼지) 농도는 156㎍/㎥로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치보다 6.2배 높았다.

이 때문에 선양에선 지난 19일부터 사흘째 스모그 경보 최고등급인 적색경보가 내려진 상태이다.

이처럼 스모그가 며칠째 떠나지 않으면서 선양 시민들은 외출 때 마스크 챙기는 일이 습관이 됐다.

선양시 검찰원 앞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푸(樸·54)씨는 "공기가 나빠져 코와 목이 아파 마스크를 항상 쓰고 다닌다"면서 "따뜻한 차를 보온병에 넣고 다니며 수시로 마시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 동북지방을 덮은 스모그는 그동안 자동차 매연과 공장 배출 오염물질이 대기 중에 누적된 상황에서 지난달부터 겨울 난방이 본격화해 이를 위한 석탄 등 화석연료 사용 급증으로 인해 야기됐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시민 펑(馮)씨는 "길거리를 걷다 보면 코를 자극하는 타는 냄새를 도처에서 맡을 수 있다"며 "스모그로 인해 불과 수백m 앞 건물도 흐릿하게 윤곽만 알아볼 정도"라고 말했다.

현지 당국도 스모그를 줄이기 위해 석탄을 연료로 쓰는 화력발전소 발전량 감소를 지시하는 한편 일선 산업현장에 환경감독 직원들을 파견해 오염물질 저감 상황을 확인하는 등 대책을 시행 중이다.

수확을 끝낸 농촌 들판에선 볏짚 등 소각을 전면 금지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스모그는 사라지지 않고, 겨울철이면 어김없이 발생하고 있다.

선양시 제4인민의원 호흡기과에선 노인·어린이 환자, 보호자 등 수십 명이 좁은 복도에서 진료순서를 기다리는 모습이었다.

세 살배기 아들을 데려온 뤼(呂·여·28)씨는 "아이가 며칠 전부터 기침이 심하고 콧물을 계속 흘려 의원에 데려왔다"면서 "먼저 온 사람이 많아 언제 차례가 돌아올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아직 스모그로 인한 휴교령은 안 내려졌지만, 정상수업을 하는 학교도 체육 시간을 실내수업으로 대체해 운동장에서 학생들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고층건물에서 선양 도심을 바라보면 마치 스모그의 바다에 잠긴 듯한 느낌이 들고, 몇 블록 떨어진 빌딩을 분간하기 힘들 정도로 뿌옇다.

이처럼 스모그가 심한데도 선양 시타(西塔)의 북한식당 앞에선 분홍색 트레이닝복 차림의 여종업원 십여 명이 경쾌한 북한노래에 맞춰 마스크 없이 아침 체조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주변으로부터 걱정스러운 눈길을 받았다.

선양은 작년 11월 9일 PM 2.5 농도가 1천㎍/㎥ 안팎에 달해 기준치와 단순 비교할 때 40배에 달할 정도로 오염이 심한 곳이다.

선양 이외에 베이징(北京)을 포함해 수도권 일대에 일주일 이상 짙은 농도의 스모그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오전 베이징 동남부, 톈진(天津), 허베이(河北)성 중남부, 산둥(山東) 서부, 허난(河南) 북부 등의 도로 가시거리는 200m에 불과했고, 심지어 가시거리가 50m인 곳도 있었다.

이런 가운데 대기오염 관리가 부실하다며 중국 당국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시민들도 나타났다.

펑파이신문에 따르면 지난 19일과 20일 베이징, 톈진, 허베이의 주민 5명이 '각 시 정부가 대기오염 퇴치책임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며 적정한 기간 내 대기 질을 양호한 상태로 되돌리고 방진 마스크 구매비용 65위안(약 1만2천 원)과 정신적 손해 위로금 9천999위안(약 172만1천 원)을 지급하라고 소송을 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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