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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악산오색케이블카 첫 삽 뜨기도 전에 악재로 '만신창이'

설악산오색케이블카 첫 삽 뜨기도 전에 악재로 '만신창이'
강원 양양군이 숙원 사업으로 추진 중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이 첫 삽도 뜨기 전에 각종 악재로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다가 사업추진 자체가 어려워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양양군이 추진해온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는 서면 오색리 466번지와 산 위 끝청(해발 1천480m)을 잇는 노선으로 총 길이는 3.5㎞이다.

지난해 8월 28일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가 조건부로 승인했다.

당시 환경부는 양양군이 당초 제출한 사업 원안 가운데 정상부 탐방로 회피대책 강화방안 강구와 산양 문제 추가조사 및 멸종위기종 보호 대책 수립, 시설 안전대책 보완(지주 사이의 거리, 풍속 영향 등 7가지 부분을 보완할 것을 전제로 사업안을 가결·승인했다.

이에 따라 양양군은 2차례에 걸친 주민공청회를 통해 작성한 환경영향평가서를 환경부에 제출했다.

하지만 환경영향평가 초안에 대한 환경부의 수정요구와 본안에 대한 보완지시로 차질을 빚은 데다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의 심의까지 늦어지면서 지난 6월 착공계획은 조건부 승인 1년이 4개월이 지나도록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케이블카를 둘러싼 각종 의혹과 환경단체의 고발, 국비확보 실패 등은 사업추진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와 관련해 제기되는 가장 큰 문제는 경제성보고서 조작 시비다.

환경단체와 국회 환경노동위 소속 의원들에 의해 제기된 이 문제는 케이블카 용역을 진행한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이 작성한 경제성 분석 보고서를 양양군이 환경부에 제출하는 과정에서 15쪽짜리를 54쪽으로 부풀려 조작했다는 것이다.

이 문제와 관련해 환경단체에 의해 고발된 양양군청 공무원 2명은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돼 춘천지방법원 속초지원에서 재판을 받고 있다.

이들과 함께 고발됐다가 무혐의 처분을 받은 양양군수에 대해서도 서울고등검찰청의 재기수사명령이 내려져 재수사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양양군은 문제가 되는 자료로 환경부 심의를 받은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나 관련 공무원들이 유죄판결을 받을 경우 사업추진에 타격이 예상된다.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 제기도 악재가 되고 있다.

환경단체는 "설악산오색케이블카는 그동안 양양군이 추진해온 사업이었으나 환경문제와 경제성 부족 등으로 수차례 부결됐다"며 "하지만 2014년 8월 박 대통령의 적극적 추진 언급이 있었던 제6차 무역투자진흥회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무역투자진흥회 이전에 있었던 전경련의 산악관광활성화정책 발표에 주목하고 있는 환경단체와 일부 야당 국회의원들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의혹까지 제기하고 있다.

설악산오색케이블카반대 설악권주민대책위원회는 최근 성명에서 "두 차례에 걸쳐 부결되었던 사업이 '평창올림픽에 맞춰 설악산 케이블카를 추진하라'는 박근혜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일사천리로 진행됐다"며 "산지난개발의 첫 번째 신호탄인 설악산 오색케이블카 사업을 추진한 박근혜 대통령과 그 뒤에는 최순실을 비롯한 환경 농단 세력들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따라서 "설악산 정상에 호텔과 레스토랑을 짓고 산악승마장을 만들 계획을 세운 전경련과 최순실이 있었음이 만천하에 드러난 지금 사업은 취소돼야 마땅하다"는 입장이다.

사업비 확보도 산 넘어 산이다.

당초 460억 원이었던 사업비가 무려 587억 원으로 127억 원이나 늘어난 데다가 그나마 절반을 국비로 확보하려던 계획도 사실상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양양군은 설악산오색케이블카가 국립공원 시범사업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국비 지원을 받으려 했으나 정부는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사업에 사업비를 지원한 전례가 없다는 견해여서 양양군은 사업비 전액을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할 상황이다.

설악산 오색케이블카를 반대하는 환경·시민·종교·사회단체의 반발도 식을 줄 모르고 있다.

강원도청과 원주지방환경청 앞에서 노숙투쟁을 벌이고 있는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과 강원행동을 비롯해 설악산케이블카설치반대 설악권주민대책위원회 등은 설악산 소공원과 양양군청 앞 등지에서 서명운동과 집회를 개최하는 등 지속적인 반대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케이블카 통과 예정지에 대한 산양 등 멸종위기동물 서식지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등 환경영향평가가 부실하게 진행됐다"며 환경을 파괴하는 케이블카 사업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오는 28일에는 설악산오색케이블카와 관련한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가 열릴 예정이어서 심의 결과가 귀추가 주목된다.

환경단체는 "설악산은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천연보호구역으로 국립공원이자 생물권보전지역이고 케이블카 예정지는 천연기념물 산양의 주요 서식처"라며 "문화재위원회는 수 만 년 역사가 빚어낸 보물, 설악산 천연보호구역이 지켜질 수 있도록 공정한 심의를 해달라"고 요청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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