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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 여교사 성폭행 사건…"교사 안전·인권 개선 계기됐다"

지난 여름 낙도에서 여교사가 주민 3명에게 집단 성폭행을 당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학부모가 포함된 주민들이 교사를 성폭행하는 인면수심의 범죄를 저질러 충격은 더 컸다.

이 사건을 계기로 도서 벽지에서 근무하는 교사들의 열악한 근무 환경과 인권 문제가 관심을 받았다.

그동안 사회안전망에서 외면받은 도서 벽지 치안과 교육 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정책·제도적인 움직임이 이뤄졌다.

그러나 안전망 구축까지 여전히 많은 교사가 불안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어 조속하고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해 주민들은 1심에서 중형을 선고받았지만 이에 불복하고 항소해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있다.

◇ 여교사 술 취하자 관사 차례로 찾아가 성폭행 지난 5월 21일 밤부터 이튿날 새벽 사이 전남 신안 섬마을의 한 초등학교 관사에서 이 학교 여교사가 주민 3명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박모(49)씨는 저녁 식사를 하러 홀로 식당을 찾은 여교사에게 술을 권하고 정신을 잃은 여교사를 2㎞ 떨어진 관사로 데려가 성폭행했다.

뒤늦게 술자리에 동석한 이모(34)씨는 박씨가 여교사를 데리고 관사에 들어간 지 1분 뒤, 옆 식당 주인 김모(38)씨는 20분 뒤 관사를 찾아 차례로 성폭행했다.

이튿날 새벽 정신이 든 피해 여교사는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여교사를 육지의 병원으로 데려간 뒤 DNA 채취,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이들을 성폭행 혐의로 구속했다.

이들은 혐의를 부인했지만 피해자 체내에서 이들의 DNA가 검출되면서 범행이 들통났다 수사 과정에서 김씨가 2007년 대전에서 20대 여성을 성폭행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나기도 했다.

◇ "죄질 불량, 반성하지 않아" 1심서 12∼18년 중형 광주지법 목포지원 형사합의 1부(부장판사 엄상섭)는 10월 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위반(강간등치상) 혐의 등으로 구속 기소된 박씨 등 3명에게 징역 12∼18년의 중형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이 학부모인데도 공모해 반항이 불가능한 여교사를 성폭행해 죄질이 극히 불량하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또 진술을 번복하거나 기억이 나지 않는다며 범행 이후에도 반성하지 않은 점을 참작했다.

피해 여교사가 신체적 상해뿐만 아니라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으로 1년 이상 치료가 필요한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를 호소하는 점도 중형의 근거가 됐다.

재판 과정에서 이씨가 당시 범행 장면을 휴대전화로 촬영한 사실도 드러났다.

이들 모두 1심 판결의 양형이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검찰도 죄질에 비해 형량이 낮고 사전 공모 혐의 일부를 무죄로 판단한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은 다음달부터 광주고법에서 열린다.

◇ 도서 벽지 여교사 안전 실태 점검…안전망 구축 등 대책 쏟아져 교직에서 여초(女超)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도서 벽지에서 근무하는 여교사의 주거 시설에 대한 별다른 보호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사건 이후 교육부의 실태 조사 결과 도서 벽지에 근무 중인 여교사 가운데 3분의 1가량이 홀로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교육부는 CCTV 설치, 비상연락 체계, 경찰과의 공조시스템 구축 등 안전대책을 마련했다.

도서 관사의 수동 잠금장치를 모두 자동으로 교체하고 방범창도 보완하기로 했다.

홀로 거주하는 여교사에게는 스마트워치도 보급하기로 했다.

여교사를 도서 벽지에 배치하지 않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교사 외에도 보건의료 인력, 기업 지방출장소 근무자 등 도서 지역에 근무 중인 여성 인력 실태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지원방안도 마련하기로 했다.

◇ "조속히 안전대책 마련해야…성 의식 개선 필요" 이번 사건으로 교사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제도적 개선책이 마련되면서 안전·인권 문제가 크게 개선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러나 예산 부족 등의 문제로 실질적인 안전망 구축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교사들이 안전하고 편안한 환경에서 근무할 수 있도록 시급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비뚤어진 성 의식을 개선하기 위한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전남지부 김현진 수석부지부장은 "교육청과 협의체를 구성하고 관사 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면서 "기본적인 문제는 개선됐지만 예산 부족 등으로 관사 추가 확보, 안전장치 마련은 아직 미흡한 게 사실이다. 지속적인 점검과 조속한 문제 해결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부지부장은 "술자리에서 여성을 성욕의 대상 정도로 생각하는 왜곡된 성문화나 이런 걸 용인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지 않으면 사건이 재발할 수 밖에 없다"며 "성 의식 개선과 강압적인 음주문화를 개선하기 위한 교육과 의식 변화가 근본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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