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문화부 장관, 무슬림 공무원에 "영국 가치 지킨다 서약해야"

영국 사회와 '격리된' 무슬림 지역사회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고조된 가운데 파키스탄계 이민자 가정 출신의 영국 문화부 장관이 사실상 무슬림 공무원들을 겨냥해 영국의 가치들을 지키겠다는 서약을 하도록 제안했다.

사지드 자비드 문화부 장관은 18일(현지시간) 더 선데이 타임스 기고에서 영국의 기본 가치들을 수용하지 않는다면 공직 생활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할 수 없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그는 공무원과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이들이 "설령 의견이 다르더라도 그들의 견해를 포용하고, 표현 및 종교의 자유가 존중되고 학대가 없는 사회를 믿고, 평등과 민주주의, 민주주의적 절차를 믿고, 설령 잘못된 법이라도 이를 존중하는" 서약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미 영국에 있는 이들이 영국의 가치들을 존중하지 않는 상황에서 새로운 이민자들이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생각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자비드 장관이 제안한 서약은 사실상 무슬림 출신 공무원들을 겨냥한 것이다.

그는 "차를 마시거나 TV로 크리켓을 볼 때 정부가 승인한, 천편일률적인 정체성을 원하는 건 아니다"면서도 만약 그들이 "우리 사회의 벽돌을 쌓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영국 생활에서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의 제안은 유럽대륙에서 잇단 테러로 극단주의에 심취한 무슬림들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한편 이른바 '로더럼 아동 성범죄 사건'으로 무슬림 지역사회의 영국 사회와의 '격리' 수준이 우려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나온 것이다.

로더럼 사건은 파키스탄계 영국인 남성들로 구성된 범죄조직이 1997~2013년 영국 중부 도시 로더럼에서 무려 1천400여명에 달하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유괴, 강간, 고문, 성노예 등의 범죄를 자행한 것으로 드러나 영국 사회에 충격을 빠트렸다.

특히 무슬림 지역사회는 범죄가 자행되고 있는 걸 알면서도 인종 혐오를 불러일으킬까 봐 침묵했다는 비난에 직면했고 지역당국은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했다는 질타를 받았다.

사건 조사 결과가 발표된 이후 근본적인 배경은 무슬림 사회의 '격리'에 있다는 진단에 공감대가 형성됐고 이에 정부 차원에서 지역사회 결속과 극단주의에 관한 광범위한 검토에 나섰다.

검토 보고서는 새로운 이민자들을 지역사회에 통합시키는 정부의 전략 부재와 무슬림 지역사회에서 극단주의 대처 실패 등을 지적했다.

영국에는 현재 약 100만 명의 무슬림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