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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사히 "아베노믹스의 이론적 지주마저 정책적 변절?"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경제자문역인 하마다 고이치 미국 예일대 명예교수가 4년여 주창한 '리플레이션(reflation)' 정책을 버리는 분위기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리플레이션이란 아베노믹스(2012년 12월 아베 총리가 재취임한 뒤 시행해 온 경제정책)의 핵심정책으로, 심각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지 않을 정도로 통화를 팽창시켜 경제를 회복시키려는 것이다.

13일 일본 아사히신문은 리플레이션 제창자이면서 아베 총리의 경제자문역인 "하마다 교수가 최근 변절할 조짐을 보이면서 리플레이션 논자들이 크게 실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본에서 이른바 리플레이션파는 일본은행이 엄청난 자금을 시장에 투입하는 금융완화 정책을 펴면 일본경제가 반드시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서 탈출, 경기가 나아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마다는 리플레이션파의 이론적인 지도자이며, 아베 총리 역시 그를 이론적 지주로 여기며 총리실 산하 내각 관방참여로 앉혔다.

따라서 아베노믹스의 실행 정책은 하마다의 머리에서 나온 것으로 간주됐다.

그런데 하마다는 11월 23일 발간된 '격론 마이너스 금리정책'(일본경제연구소 편)이라는 책을 통해 돌연 "QE(양적 금융완화)가 듣지 않게 되었다"고 말하며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책은 하마다를 포함한 일본 전문가 15명이 마이너스 금리정책 등 일본은행의 금융완화 정책에 대해 논한 내용을 담고 있다.

앞서 하마다는 또 니혼게이자이신문과 11월15일자 인터뷰에서 "학자로서 이전에 말하고 있었던 것과 생각(리플레이션 정책)이 바뀐 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리플레이션 정책의 오류를 인정했다.

아사히는 "'교주가 신앙을 그만둔다'고 말하기 시작한 것과 마찬가지"라고 의미를 뒀다.

그러면서 아베 정부의 간부나 경제학자들마저 어이없어 해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실제로 일본경제의 현실을 보면 리플레이션 이론을 계속 가져가기는 무리인 측면이 강하다.

일본은행이 아무리 많은 자금을 시장에 투입해도 인플레이션 징후는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오히려 최근 들어 소비자물가는 8개월째 미세하지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리플레이션파들이 억지를 써서라도 정책의 잘못을 숨길 방법조차, 핑계조차 없어진 상황인 것이다.

일본은행에서 리플레이션을 추진해 온 이와타 기쿠오 부총재 등도 사실상 전향했다.

그는 9월 정책결정회의에서 양적확대에 구애받지 않는 새 정책으로의 변경에 반대하지 않았다.

하마다 교수와 함께 리플레이션 이론을 외치면서 아베 총리의 경제브레인으로 활약해 온 나카하라 노부유키 전 일본은행 심의위원은 심지어 "리플레이션파는 끝났다"고 단언할 정도다.

그는 "나는 리플레이션파라기 보다는 리얼리스트다. 인플레 목표에 구애되어 있는 사람을 늘리는 것보다 명목 국내총생산 목표를 차분하게 달성하는 게 좋다"면서 일본은행에 노선수정을 요구한다.

문제는 일본은행에 리플레이션파가 없어졌어도 금융정책이 깨끗하게 정상화하는 것은 아닌 것이라고 아사히는 지적했다.

시중의 통화량이 평시의 3배인 415조엔으로 팽창했기 때문이다.

4년여간 급팽창한 통화량은 금융리스크를 생각하면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게다가 통화량이 연간 80조엔 가량 늘어나는 구조를 일본은행은 지금도 명확하게는 수정하지 않고 있다.

경제위기를 견뎌 내기 위해서 선진 각국은 이상할 정도로 금융완화에 집착했었다.

그 위기가 끝나 미국은 이미 금리 정상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유럽도 양적완화의 축소를 정했다.

그런데 일본은행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는 출구전략 논의마저 시기상조라며 틀어막고 있어, 아베노믹스를 지탱했다는 일본은행의 금융정책이 이번엔 아베노믹스를 표류시키고 있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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