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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도 무심하지" 12년만에 또 지진참변 겪은 인니 주민들

7일 새벽 인도네시아 아체주를 강타한 규모 6.4의 강진으로 가족과 친지를 잃은 주민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잇따라 전해지고 있다.

특히 이 지역에선 2004년에도 규모 9.1의 강진과 뒤따른 지진해일(쓰나미)로 무려 12만명의 주민이 목숨을 잃는 참사가 있었던 탓에 생존자들은 더욱 큰 고통을 겪고 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은 전했다.

9일 인도네시아 일간 콤파스 등에 따르면 피디에 자야 트리엥가뎅 지역 주민인 누르딘(35)은 무너진 집에 갇힌 가족을 구하려다 추가붕괴에 휘말렸다.

아내와 생후 4개월 된 아기는 목숨을 건졌지만 3살 아들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채 목숨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척추가 골절되는 중상을 입은 누르딘은 "무력해진 내 눈 앞에서 아들이 잔해에 짓눌려 숨을 거뒀다"며 눈물을 터뜨렸다.

최대 피해 지역인 므르두 지역에서 의류제조업을 하던 다르마얀티(28·여)는 "강한 흔들림에 놀라 잠에서 깨어난 직후 사방에서 폭음이 울렸다"고 말했다.

남편과 함께 생후 10개월 아기를 안고 거리로 나선 그는 주변 상가 20여채가 흔적도 없이 무너져 내린 모습을 보고 경악했다.

다르마얀티는 "잔해 아래에서 성인 남녀와 어린이들의 외침이 들렸다"면서 "그들 중 일부는 내 친구이고 이웃들이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돕기 위해 어떠한 것도 하지 못했다"며 흐느꼈다.

역시 므르두 주민인 무크타르 라니리(31)는 "지진 직후 거리는 공포에 사로잡힌 사람으로 가득했다. 2004년 당시처럼 일부는 '물이 들어온다! 물이 들어온다!'고 외쳤고, 다른 이들은 코란을 암송하며 신에게 구원을 청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그는 "여자와 어린이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우리는 마치 뒤에서 물이 쫓아오는 것처럼 달리고 또 달렸다"고 말했다.

무크타르는 대학생이었던 2004년 당시 9살 동생과 함께 집에 있다가 쓰나미에 휩쓸린 경험이 있다.

무크타르는 간신히 목숨을 건졌지만, 그의 동생은 물에 빠져 사망했다.

피디에 자야에서는 젖먹이 어린아이만 남긴 채 나머지 가족이 전원 숨진 사례가 확인돼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 어린아이는 인근 병원으로 옮겨져 보호를 받고 있다.

건물 잔해에 묻혀 있다가 5시간만에 구조된 라흐마와티(35·여)는 이번 지진으로 남편과 두 자녀를 모두 잃었다.

그는 "운명으로 받아들이겠다. 결국, 우리는 알라의 곁에서 다시 만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현장에선 수천명의 구조대원과 자원봉사자들이 필사적인 구조작업을 벌이고 있지만, 잔해를 치울 중장비가 부족한 탓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끊임없이 이어지는 여진도 수색을 지연시키는 요인이다.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BNPB)은 이 지역에서 최소 102명이 목숨을 잃고 1만1천명에 달하는 이재민이 발생했다면서 식량과 의약품 지원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발전기 10대와 텐트, 유아용품 등 50t의 긴급구호 물자를 아체주로 보냈다.

인도네시아 군은 야전병원을 설치해 부상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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