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은 공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죠. 헌정사상 처음으로 현직 대통령이 '피의자' 신분이 됐습니다. 검찰 조사를 받겠다던 대통령은 공소장 공개 이후 조사를 거부하고 있습니다.
차은택·송성각의 공소장에는 ‘대통령의 지시’가 4번, ‘대통령과 공모해’라는 표현이 1번 등장합니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의 공소장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공소장에도 박 대통령이 범죄에 공모하거나 개입한 정황이 상세히 적혀 있었습니다.
차은택·송성각의 공소장에서 박 대통령이 공모한 것으로 검찰이 판단한 사건은 크게 3가지입니다. 3가지 범죄의 전개 과정에는 공통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최순실 씨 - 박근혜 대통령 -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 기업 회장’의 순서로 범죄가 전개된 겁니다.
[사건일지]
검찰은 '포레카 지분 강탈 시도' 과정에서 대통령이 개입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난해 2월, 차은택 씨는 최순실 씨와 함께 ‘모스코스’라는 광고회사를 설립했습니다. 모스코스는 매각 과정에 있었던 포스코 계열 광고사 포레카 인수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모스코스는 실적이 없어 인수 자격이 없었고, ‘컴투게더’ 등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돼 있었죠. 그러자 모스코스는 컴투게더로부터 지분을 강탈하기로 계획을 바꿉니다.
최 씨는 청와대에 도움을 요청했고, 박 대통령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에 매각되지 않도록 살피라”는 지시를 내렸습니다.
[사건일지]
공소장에 따르면, ‘KT 임원 인사’ 과정에도 대통령의 개입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차은택 씨와 최순실 씨는 대기업들로부터 광고를 따내 손쉽게 돈을 벌기 위해 측근들을 대기업 광고 업무 책임자로 채용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최 씨는 다시 한번 청와대에 도움을 요청했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1월과 8월 두 차례에 걸쳐, 최 씨와 차 씨의 측근들이 KT에 채용될 수 있도록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지시를 내렸습니다.
안 전 수석은 KT 황창규 회장에게 “윗선의 관심 사항”이라며 대통령의 채용 지시를 전달했고, 차 씨의 측근과 최 씨의 측근은 임원급 담당자로 채용됐습니다.
이후 최 씨는 대통령에게 KT 임원으로 임명된 측근들의 보직 변경까지 요청합니다. 이동수 씨와 신혜성 씨를 KT 광고 발주 책임 보직으로 변경해달라고 한 겁니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박 대통령은 최 씨의 요청에 따라 이 씨와 신 씨의 보직 변경에 관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추가 지시를 내렸습니다.
안 전 수석은 대통령의 지시를 KT 황 회장에게 전달됐고, 이 씨와 신 씨는 광고 발주 책임 부서의 본부장과 상무보로 발령됐습니다.
[사건일지]
차은택 씨와 최순실 씨는 대기업들로부터 광고를 따낼 생각으로 모스코스 설립 이후 지난해 10월, ‘플레이그라운드’라는 광고회사도 설립했습니다.
최 씨는 다시 대통령에게 손을 내밀었고, 박 대통령은 올해 2월 KT가 플레이그라운드를 광고대행사로 선정하도록 압력을 행사한 것이 확인됐습니다.
검찰에 따르면, 이번에도 대통령은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에게 지시를 내렸고, 안 전 수석이 KT 황창규 회장에게 전달했습니다.
플레이그라운드는 심사 결격 사유에도, KT의 신규 광고대행사로 선정돼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68억 상당의 광고 7건을 수주받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임수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