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사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총에서는 연기가 납니다. 즉, 살해 현장에 있는 총에서 연기가 피어나면 그 총의 주인이 범인이라는 명백한 단서가 되는 겁니다.
지난 20일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검찰이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비서관 등 핵심 3인을 일괄기소했습니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했죠. 검찰 수사결과에 대해 청와대는 '상상과 추측에 따른 사상누각', 최 씨 측 변호인은 ‘소설’이라고 표현하며 비난했습니다.
박 대통령 측은 검찰 수사는 공정성을 상실해 신뢰할 수 없다며, “검찰 조사를 거부하고 '중립적'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공소장에 99% 입증할 수 있는 것만 적었다며, 수사결과를 자신하고 있습니다.
검찰이 쥔 '스모킹 건'(결정적 증거)은 무엇일까요?
■ 스모킹 건① - 최순실의 ‘태블릿PC’
첫 번째 스모킹 건은 최순실 씨가 쓰던 것으로 보이는 ‘태블릿PC’입니다.
태블릿PC의 소유주는 ‘마레이컴퍼니’라는 회사로 확인됐습니다. 마레이컴퍼니는 김한수 청와대 뉴미디어실 선임행정관이 대표이사를 지낸 회사입니다.
검찰은 태블릿PC를 김 행정관이 최 씨에게 건넨 생일선물로 잠정 결론 낸 상태죠. 김 행정관 측이 개통한 태블릿PC로 최 씨가 청와대 관련 문건들을 받아온 것을 유추할 수 있는 대목입니다.
태블릿 PC의 존재와 그 안에 담긴 내용이 공개된 다음 날 박 대통령은 "최씨에게 일부 도움을 받았다"고 시인하고 대국민사과에 나섭니다. 태블릿PC가 최순실 게이트의 '스모킹 건' 즉 결정적 증거였던 셈입니다.
검찰 수사 결과, 최 씨는 태블릿PC외에도 정호성 전 비서관을 통해 인편과 이메일 등으로 올해 4월까지 180건의 정부 문건을 전달받은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 스모킹 건② -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
두 번째 스모킹 건은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입니다.
사초는 주로 조선시대의 실록 편찬 자료를 가리키는 말로 역사 기록의 기초를 말하는데요. 안 전 수석의 수첩이 그만큼 장기간 상세한 증거를 담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안 전 수석은 박 대통령의 지시사항을 놓치지 않고 챙기기 위해 수첩을 사용했습니다. 수첩에는 최소 2년 치 분량의 메모와 총 20여 건의 증거가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됐죠.
수첩에는 박 대통령과 재계 총수들 간의 면담 시간과 발언, 미르·K스포츠재단 임원진과 모금액수도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수첩 내용을 기반으로 재단 설립 과정과 대통령의 공모 여부를 상당 부분 확인한 것으로 보입니다.
■ 스모킹 건③ -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세 번째 스모킹 건은 정호성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입니다.
검찰 관계자는 휴대전화 녹취 파일에 박 대통령이 최 씨를 챙기기 위해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한 구체적 사항이 담겨 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결과를 ‘사상누각’으로 깎아내린 청와대 측에,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 녹취 파일을 10초만 공개해도 ‘촛불은 횃불이 될 것’”이라는 경고성 발언을 했습니다.
경고성 발언이 나올 만큼 검찰이 대통령의 혐의 입증에 자신이 있다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정 전 비서관의 휴대전화는 특검 수사나 재판 과정에서 박 대통령에게 치명적인 증거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일 공개된 공소장에는 검찰의 3가지 ‘스모킹 건’ 대한 구체적인 언급은 없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핵심 증거 내용이 공소장에 담길 경우, 박 대통령 측이 미리 대비할 가능성을 고려해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박 대통령이 대면 조사를 계속 거부할 경우, 특검 전에 핵심 증거들을 공개하는 이른바 '창고 대방출'을 할 수 있다며 공개 가능성을 열어둔 상태죠.
스모킹 건의 연기가 갈수록 자욱해지는 가운데, 검찰과 곧 출범할 특검이 대통령의 혐의를 어디까지 밝혀낼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습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장아람 / 디자인: 정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