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에 청와대와 친박계는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나오고 있는 듯 합니다. 뭔가 입장이 뒤바뀐 것 같기도 한데요, 왜 그럴까요?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최순실 국정 개입 농단 사태와 관련해 박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하기로 당의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하지만 대통령 탄핵 추진에 대해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박 대통령의 '하야'나 '2선 후퇴'는 본인 스스로 결심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야당으로서는 박 대통령이 물러나게 하려면 탄핵을 추진해야 합니다.
그러나 두 당은 "아직은 탄핵에 나설 때가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야당이 고민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우선 탄핵안의 국회 통과를 자신할 수 없는 현실적인 한계입니다.
재적 의원의 3분의 2인 200명이 찬성해야 탄핵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현재 무소속까지 포함해 국회 내 야권 인사는 모두 171명에 불과합니다. 새누리당에서 최소 29명의 이탈표가 나와야 한다는 계산입니다.
한마디로 헌재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는 얘기입니다.
국회와 헌법재판소, 어느쪽에서든 탄핵안이 부결되면 박 대통령은 면죄부를 얻게 되는 셈입니다. 야당으로서는 탄핵 절차에 돌입하는데 신중할 수 밖에 없는 겁니다.
탄핵 절차를 밟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다는 점도 야당에겐 위험 요소입니다. 국회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헌재는 6개월 이내에 심판을 마쳐야 합니다. 탄핵 절차에 최장 6개월이 걸리기 때문에 탄핵 절차가 늦게 시작되면 1년 3개월 가량 남은 박 대통령의 임기가 거의 끝나 갑니다. 사실상 임기를 보장하게 되는 것이지요.
여기에 박 대통령이 명시적으로 '2선 후퇴'를 선언하지 않는 한 탄핵 심판 기간 동안 대표적 공안통으로 불리는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의 권한을 대행하는 점도 야당에게는 부담일 수 밖에 없습니다.
국정 주도권을 다시 여권이 쥐고 정국을 운영해 나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친박계는 대통령이 '2선 후퇴'나 '하야'해선 안된는 이유로 "헌정이 중단되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헌법 65조에 규정된 '탄핵'은 몰라도 헌법에 없는 '하야'나 '2선 후퇴'를 할 경우 헌법을 어기게 된다는 논리입니다.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고 국정 혼란의 몸통이 박 대통령이란 의혹이 제기돼 검찰과 특검의 수사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헌정 수호를 이유로 퇴진 불가 방침을 밝히고 있는 겁니다.
그러면서 은근히 탄핵, 할테면 해보라는 식으로 정국이 '탄핵' 정국으로 흘러가기를 바라는 듯한 눈치도 엿보입니다. 이런 청와대와 친박의 속내에는 탄핵 정국이 펼쳐져도 국회에서 탄핵안이 부결되거나 헌재가 기각시키는 상황을 기대해볼 수 있고, 어쨋든 청와대 등이 수사에 대비할 시간을 벌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탄핵 절차를 밟으려면 시간이 걸릴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지금의 위기국면에서 벗어나 시간이 흐르면 여론도 가라앉고 결국 여권 지지층이 재결집할 것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친박계는 현상황에서 정국 혼란은 불가피하고 어차피 내년이면 대선 국면으로 갈 수 밖에 없는데 그 과정에서 '보수 대 진보'의 구도가 재형성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청와대와 친박계는 대통령 자리와 권력을 갖고 있는게, 수사 상황에 대한 정보를 얻기에도 좋고 친박 인사들이 추가로 수사 대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데도 유리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박 대통령이 '버티기' 에 돌입한다면 정국 혼란은 앞으로 상당 기간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얘기입니다.
(기획·구성 : 윤영현 / 디자인: 안준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