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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수능 한파 실종?…마음 추위는 여전

[취재파일] 수능 한파 실종?…마음 추위는 여전
수능을 하루 앞두고 오늘도 기온이 많이 내려갔습니다. 벌써 세 번째 맞이하는 가을 추위여서 이제는 면역이 생기려니 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습니다. 오늘(16일) 서울 최저기온은 0도를 기록했고, 경기도 파주는 영하 4.5도까지 기온이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찾아온 가을 추위가 그랬듯, 이번 추위도 끝이 짧습니다. 오후에는 대부분 지방 기온이 10도를 웃돌겠고 수능일 내일 아침에는 기온이 대부분 영상으로 오르고 평년 수준을 넘어서면서 오늘보다는 추위가 많이 누그러지겠다는 예봅니다. 올해도 수능 한파는 실종 상태입니다.
 
사실 수능 한파, 입시 한파라는 말이 최근에는 많이 어색해졌습니다. 춥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기온이 내려가는 경우가 거의 없기 때문이죠. 서울의 경우 2000년대 들어 수능일 아침 최저기온이 영하로 떨어진 경우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서울의 관측 기록을 한번 볼까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수능일 최저기온 가운데 영하로 내려간 날은 2001년과 2006년 2014년 단 세 번뿐입니다. 2001년에 영하 0.3도, 2006년에 영하 0.4도를 기록했고, 2014년에는 영하 3.1도까지 떨어져 2000년 치러진 수능일 가운데 가장 추운 날로 남아 있습니다.
 
수능 일에 영하의 추위가 찾아오는 경우가 5년에 한 번 정도인 셈인데, 수능 추위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나마 낮에는 바로 풀리는 경우가 많아서 더욱 체감도가 낮습니다. 
2000년 이후 수능일 서울 최저기온 기온 (자료제공 : 케이웨더)
최고기온 기록을 살폈더니 영상 10도 이하에 머문 때는 2006년과 2014년 단 두 해였습니다. 그러니까 거의 매년 최고기온이 20도를 웃돈 셈인데 2003년에는 19.8도, 지난해인 2015년에는 21.0도까지 기온이 치솟아 더위를 느낄 정도였습니다.
 
사정이 이런데도 왜 입시 한파라는 표현이 해마다 등장하는 것일까요?
 
아마도 그 원인을 찾기 위해서는 대학 입시 뿐 아니라 중학교, 고등학교 입시까지 있었던 6,70년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 같습니다. 이 시절에는 대부분의 입시 일정이 12월에서 1월에 집중되어 있어 입시 때마다 혹독한 추위를 견뎌야 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게다가 추위를 막는 시설도 잘 갖춰지지 않은 때여서 체감 추위는 막강했습니다. 특히 수험장 밖에서 기도하는 부모님들에게는 찬 공기가 모질기만 했습니다. 자연스럽게 입시는 늘 추위와 함께 한다는 강한 인식이 기억 속에 각인되면서 입시는 곧 한파라는 등식이 성립되어 버린 것입니다.
 
그러면 여기서 한번 따져볼 것이 있습니다. 분명히 기온으로 보면 수능 한파가 실종 상태인 것이 맞는데, 왜 수능 한파라는 말이 지금도 마음에 와 닿을까요?
 
수능 한파라는 말이 지금도 위력을 발휘하는 것은 수험생은 물론이고 수험생을 지켜보는 가족이나 친구, 친지들의 마음이 춥기 때문입니다. 긴장되고 걱정되고.. 마음이 떨리면서 몸도 따라 떨리니 늘 수능 때면 추울 수밖에 없습니다.
 
수능이 인생의 방향을 결정한다고 생각하면 더욱 떨릴 수밖에 없습니다. 문제를 대하는 순간의 떨림이 오래도록 남아 추위에 대한 기억으로 탈바꿈한다고나 할까요?
 
입시 한파가 있든 없든 사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닙니다. 그때의 떨림, 그때의 각오를 잊지 않고 최선의 노력을 기울일 수만 있다면 수능 한파는 물론 어떤 풍파도 극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더 중요한 것이죠.
 
지금의 떨림이 앞으로 닥칠 온갖 풍랑을 극복하는 값진 자산이 될 수 있도록 수능을 치르는 모든 수험생들, 그리고 주변의 가족들 모두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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