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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틀러 '나의 투쟁' 전에도 책 썼다…'독일 구세주' 참칭"

"히틀러 '나의 투쟁' 전에도 책 썼다…'독일 구세주' 참칭"
1923년 독일에선 "아돌프 히틀러: 그의 삶과 그의 연설"(Adolf Hitler: Sein Leben und seine Reden)이라는 히틀러의 전기 소책자가 발간됩니다.

히틀러를 때론 예수 반열에 올리며 "독일의 구세주"로 묘사한 이 책은 스스로 "오늘의 성서"가 되리라 포고합니다.

나치즘의 발호를 시사하는 책의 저자는 독일 동부 귀족 출신이자 전쟁 영웅이던 빅토르 폰쾨르버였습니다.

그는 히틀러와 나치즘에 열광하다가 이후 실망한 나머지 히틀러를 암살하려는 시도까지 했던 인물입니다.

바로 그가 저자로 돼 있는 이 히틀러 최초의 전기가 사실은 히틀러 자신이 쓴 것이라고 스코틀랜드 애버딘 대학의 역사학자 토마스 베버 교수가 최근 밝혔다고 영국과 독일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베버 교수는 1968년 숨진 폰쾨르버가 머물던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의 위트와테르스란트대학 서고에서 발견된 문서 등을 토대로 "폰쾨르버가 이 책을 쓰지 않았고, 히틀러가 루덴도르프 장군(히틀러 협력자)에게 나치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보수적인 작가로 이 책의 저자로 나서줄 사람을 찾을 수 있는지를 물었다고 책 발행인의 부인이 진술하고 서명한 증거를 찾았다"고 말했습니다.

베버 교수는 또한, 폰쾨르버가 이 책이 히틀러가 쓴 책임을 암시하는 내용을 담아 과거 나치 집단 강제수용소에 함께 갇혔던 한 남성에게 보낸 편지와, 이 책이 '히틀러의 계획에 따라 그의 적극적인 참여로 쓰였다'고 직접 쓴 문서도 발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나아가 히틀러가 자신이 직접 쓴 자서전을 폰쾨르버를 저자로 내놓은 까닭은 그의 귀족 신분과 전쟁 영웅의 명성을 이용하려 한 것으로 짐작했습니다.

그는 "히틀러의 연설들이 담긴 이 책은 좀 이상한 주장들을 담고 있다"면서 "'오늘날 새로운 성경'이 돼야 한다거나 히틀러의 정치화 과정을 예수가 받은 박해에 비유하는 등 히틀러를 예수에 빗대면서 '성스러운', '구출' 등의 용어를 쓰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나중에 출간된 '나의 투쟁'에서 되풀이되는 히틀러의 정치적 자각에 관한 표현들과 거의 비슷한 표현들을 담고 있다고 그는 덧붙였습니다.

베버 교수는 "자기 연설을 긁어모아서 다른 사람의 이름으로 책을 내면서 '구세주' 역할을 말한 것"이라면서 "히틀러가 정상에 오르고자 조작적인 방식으로 작업을 시작한 것임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고는 "뻔뻔하고 영악한 자기선전"이라고 히틀러의 가명 출판을 힐난했습니다.

베버 교수는 이러한 증거 자료를 담아 내년에 미국과 영국에서 '히틀러의 변신(아돌프 히틀러는 어떻게 나치가 되었나)'이라는 요지의 제목을 단 영문판 책을 낼 계획입니다.

이에 앞서 다음달 초 네덜란드에서도 같은 내용의 책을 출간합니다.

대개 히틀러가 쓴 전기로는 1925년 처음 출간된 '나의 투쟁'(Mein Kampf)이 유일하게 꼽혀왔습니다.

그가 이른바 '뮌헨 반란'을 일으켰다가 실패하고 나서 투옥됐을 때 쓴 책은 유대인 증오와 게르만 민족의 우수성을 내세운 나치당의 패권 야욕을 담았습니다.

이 책은 히틀러의 나치 집권 시절 1천200만 부 넘게 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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