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세트 가격을 예년보다 내렸는데도 오히려 수요가 많이 줄었어요. 이러다가는 문 닫을 판이라 걱정이 태산입니다"
지난 5일 청주시 흥덕구 강내면의 한과 제조공장에서 만난 무궁화식품 대표 이명보(58)씨는 대목인 추석을 코앞에 두고도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이씨는 공장 인근 밭에서 직접 정성껏 재배한 연잎과 연근, 백련초 등 토종 농산물을 재료로 사용해 2008년부터 전통 한과를 생산해왔다.
매년 농협 하나로 마트와 온라인 주문, 현장판매를 통해 3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전국적인 명성을 얻어왔다.
규모는 작지만 한과업계에서는 존재감을 인정받고 있다는 자부심도 있었다.
그러나 이번 추석을 앞두고는 덜컥 두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과 더불어 연중 최대 대목인 추석을 앞두고 들어오는 주문이 바닥을 밑돌기 때문이다.
예년 같으면 명절 특수에 밤새 기계를 가동해 선물세트를 만들어내기 바쁠 때지만 올해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오랜 경기 침체에 김영란법 영향까지 겹치면서 한과 주문량이 많이 줄었다.
이씨는 "추석을 앞두고 납품한 상품이 잘 팔리는지 마트와 행사장을 둘러봤는데 판매량이 바닥을 치고 있더라"며 "한과 생산에 뛰어든 이래 올해처럼 힘든 적은 없었던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씨는 경기 침체에 더해 이달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도 판매량이 급감하는데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이씨는 "과거에 인기 있던 10만원 상당의 고가 한과선물 세트 주문이 급감했다"며 "그나마 5만원 이하의 저렴한 세트만 주문이 몰린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다른 업체도 마찬가지다.
20여년간 보은의 특산물인 대추의 진액을 섞은 조청으로 유과, 약과, 다식 등을 생산해온 보은 대추한과는 해마다 추석 선물세트로만 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 다양한 판매루트를 만들어 나름대로 시장에서 자리를 잡은 업체였지만 김영란법의 영향을 피해가지는 못했다.
구용섭 대표는 "지자체 공무원들 사이에선 '받지도 말고 주지도 말자'는 말이 유행하고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 전인데도 불구하고 벌써 조심하자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고가의 상품보다는 실수요자들이 찾는 저렴한 상품만 팔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대형 한과 업체들은 그나마 사정이 낳은 편이다.
영세한 한과 제작업체는 추석을 앞두고 주문량을 제때 확보하지 못해 생산라인을 아예 멈추는 것도 검토하고 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우리 같이 영세한 업체들은 명절특수로 한해를 견뎌내는데 올해는 주문량이 많지 않아 걱정"이라며 "예년보다 40%나 판매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여 공장가동을 아예 멈추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마저 든다"고 걱정했다.
(청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