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석을 앞두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으로 추정되는 이인원 롯데그룹 부회장은 신동빈 회장의 최측근이자 그룹 2인자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롯데그룹 정책본부장을 맡고 있는데 총수 일가의 경영 활동을 보좌하는 것은 물론 90여개 그룹 계열사를 총괄 관리하는 막강한 자리입니다.
자금관리를 비롯한 그룹·계열사의 모든 경영 사항은 모두 이 부회장의 손을 거칩니다.
이런 위상 때문에 그룹 내 누구보다 경영상 탈법적 요소와 총수 일가의 허물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관측됐습니다.
롯데그룹 비리 의혹을 수사해온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이런 이 부회장을 주요 수사 대상자 리스트에 올려놓고 각종 비리 단서를 수집해왔습니다.
이 부회장은 지난 6월 검찰의 수사 착수와 동시에 출국금지 조치됐습니다.
검찰은 오늘(26일) 오전 9시 30분 이 부회장을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및 횡령 등 혐의의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할 방침이었습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조사한 뒤 신 회장을 비롯해 신격호 총괄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 총괄회장의 셋째 부인인 서미경 씨 등 총수 일가를 줄줄이 조사하는 수사 일정을 짜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부회장 소환 조사가 총수 일가 쪽으로 향하는 징검다리였던 셈입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이 그룹 내 알짜 자산을 지주회사격인 호텔롯데로 헐값에 이전하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배임 혐의가 있는 것으로 봤습니다.
아울러 신 총괄회장과 신 회장이 매년 계열사로부터 300억원대 급여·배당금을 받는데도 역할을 한 게 아닌지 조사할 계획이었습니다.
그룹측에서는 정상적인 경영활동으로 얻은 수입이라고 해명했지만, 검찰은 신 총괄회장 부자가 부적절한 방법으로 빼돌린 회사 자금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왔습니다.
신 총괄회장이 차명 보유하던 일본 롯데홀딩스 주식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서미경씨에게 편법 증여해 3천억원가량을 탈세하는 과정에 개입했는지도 조사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부회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총수 일가 소환 전에 최종 수사 내용을 점검할 기회를 잃음에 따라 검찰로서도 난감한 상황이 됐습니다.
지금까지 고수해온 수사 일정과 계획, 전략의 전면적인 수정도 불가피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검찰도 이 부회장의 사망과 관련해 애도의 뜻을 표하면서 수사 일정을 재조정하겠다는 입장을 공식 밝혔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