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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시사전망대] 담배 소비량은 도루묵, 서민증세 꼴 나나?

* 대담 : 차병준 SBS 논설위원

▷ 한수진/사회자:
 
뉴스인사이드, 차병준 SBS 논설위원 나오셨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안녕하십니까.
 
▷ 한수진/사회자:
 
오늘 어떤 이야기 나눠볼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최근 폭염만큼 뜨거운 논쟁거리가 두 가지 있습니다. 하나는 전기 요금이고 다른 하나는 담뱃값입니다. 공통점 뭐가 보이나요? 정부가 사실상 가격을 결정한다는 겁니다. 전기 요금은 공공요금이고, 담뱃값은 세금이 가격을 좌우하기 때문이죠. 일반 재화로 따지면 독점 가격인 셈입니다.

그리고 공통점이 또 하나 있습니다. 폭탄이라는 말이 따라붙는다는 것입니다. 전기 요금 폭탄, 담뱃세 폭탄. 이런 말들입니다. 이렇게 폭탄이라는 말이 붙는다는 것. 그만큼 사람들의 불만이 많다는 얘기겠죠. 전기 요금 폭탄에 대한 빗발친 비난 여론이 결국 정부의 한시적 누진제 완화를 끌어내지 않았습니까? 그래도 논쟁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닙니다. 전기 요금과 담뱃값을 둘러싼 폭탄 논쟁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면 먼저 전기 요금 폭탄 논쟁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이 누진제가 발동이 된 거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그렇습니다. 현행 전기 요금은 용도에 따라서 가정에서 쓰는 주택용과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하는 일반용, 그리고 산업용, 교육용 등 구분해서 차등 적용됩니다. 그런데 유독 가정용 전기 요금에만 누진제가 적용되고 있죠. 지난 1974년 제 1차 석유 파동 때 도입된 제도입니다. 기름값이 비싸서 전기가 부족해지니까 가정용에는 비싼 요금을 물려서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고, 산업용에는 싼 요금으로 지원을 해준 겁니다. 중간에 내용이 조금씩 바뀌기는 했습니다. 그런데 40년간 이 가정용 전기 요금에만 붙는 누진제 골격은 유지가 돼왔죠. 현재 6단계 누진제는 지난 2007년부터 시행되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이 누진의 정도가 지나치게 심하다. 이런 불만이 쏟아졌던 것이고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단순한 누진제 수준이 아니라 징벌적 누진제다. 이런 불만들입니다. 내용을 들여다보면 그런 말이 나올만 합니다. 전력 사용량에 따라서 6단계로 요금 체계가 이뤄져 있는데. 1단계보다 6단계 사용 요금이 11.7배, 거의 12배 가까이 비싸지는 누진제인 것입니다. 사용한 전력량의 요금뿐만 아니라 기본요금에도 누진제가 적용됩니다. 1단계 기본요금이 410원인데 6단계에서는 12,940원, 31.6배 됩니다. 금액으로 보면 사용량 누진만큼 그렇게 크지 않지만 배율은 굉장히 높은 거죠.
 
▷ 한수진/사회자:
 
그러네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다른 나라들의 누진제 어떨까요. 미국은 누진배율이 1.1배, 일본은 1.4배, 대만이 2.4배니까 우리나라의 11.7배와 비교해 많이 차이가 나시는 것을 아실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런데 위원님, 이 누진제 갈등이 해마다 되풀이된 것 아니겠어요? 그런데 올해는 더 논란이 뜨겁게 일었어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많이 더웠죠. 연일 40도 가까운 폭염에도 전기 요금 폭탄 걱정 때문에 에어컨 사용을 겁내다 보니까 불만이 폭발한 겁니다. 에어컨이 아니라 현대판 굴비다. 오죽하면 이런 말까지 나왔겠습니까. 집단 반발이 어느 해보다 확산됐고, 사회 공론화로 힘을 얻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래서 정부가 한시적 누진제 완화 방안을 발표했는데요. 그 내용을 좀 정리해 주시죠.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지난 목요일이죠. 긴급 당정 회의를 통해서 발표가 됐습니다. 7월부터 9월까지 석 달 동안 누진제 구간의 폭을 50kW씩 넓혀주는 방식으로 누진제를 완화하는 겁니다. 이렇게 완화되면 전기 요금은 가구당 19.4% 가량 경감이 되고, 2,200만 가구가 혜택을 볼 것이다. 정부는 이렇게 전망을 했습니다. 정부는 또 누진제 개편을 위해서 전문가 TF를 꾸리기로 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여론에 떠밀려서 정부가 결국 한 발 물러선 것 아니겠습니까. 그런데 한시적인 조치여서 바꿔야 된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다른 설명을 내놓고 있는 것이고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그렇습니다. 먼저 부자 감세만 놓고 보면 이제 저소득층은 전기를 적게 쓰고 부유층은 전기를 많이 쓴다. 이런 이분법적 구분이 맞지 않는 시대가 됐다는 겁니다. 텔레비전, 냉장고뿐만 아니라 정수기, 세탁기, 에어컨까지. 이제 가정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전기기가 되지 않았습니까. 대형 가전이 많이 일반화 되면서 전력 사용 행태가 바뀌었다는 거죠.

또 여유가 있는 1인 가구는 전기를 싸게 쓰는데 반해서 가족들이 모여 사는 다인 가구 저소득층은 오히려 전기 요금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가 있습니다. 두 번째 이유로 들고 있는 전력 수요 관리 우려에 대해서도 사실은 가정용 전기 수요가 전체 전기 수율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점을 내세워서 반박하고 있습니다.

전체 전력 소비량과 비교해서 가정용 전력 소비량, 13%에 불과합니다. 전기 소비량도 지난 2010년부터 5년 동안 산업용은 40%가 급증했지만 가정용은 0.5% 증가하는 데에 그쳤습니다. 그러니까 누진제 개편으로 가정용 전기 수요가 혹시 늘어난다 하더라도 전력 대란까지 올 정도는 아니다. 이런 주장인 셈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앞으로 TF가 꾸려져서 어떻게 논의가 이뤄질지 모르겠지만 정부의 전향적인 자세가 좀 필요한 것 같아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예. 이번 누진제 개편 주장은 계속된 폭염 탓에 촉발되기는 했습니다. 그래도 어쨌든 이 과정에서 그동안 누진제에 대해서 쌓였던 국민들의 불만이 그대로 표출됐습니다. 정부가 참고해야 할 부분들입니다. 먼저 40년 동안 산업 발전을 위해서 가계만 부담을 견뎌왔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그리 해야 하느냐. 차별 대우에 대한 부당하고 억울하다는 느낌을 국민들이 갖고 있었다는 점입니다.

전기를 싸게 쓸 수 있다 보니까 기업들은 절전 설비에 대한 투자 신경 안 쓰죠. 그러다 보니 결국 가계가 부담을 떠안는 이 구조가 계속 지속돼온 것 아니냐. 그런 불만입니다. 더욱이 전기 요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석유 가격이 지금 많이 내려가 있죠. 원가가 내려가는데 전기 요금은 왜 계속 폭탄이냐. 이런 의문도 안 생길 수가 없죠.

그리고 정부가 또 한 가지 고려해야 할 부분은 국민 건강 차원입니다. 지난 2003년 폭염으로 프랑스에서만 1만 9천여 명, 그리고 서유럽 전체에서는 7만 명 넘게 숨진 일이 있었습니다. 국민안전처가 날씨가 더워지면 폭염 경고를 내면서 야외 활동을 자제하라, 이렇게 권고하지 않습니까.

그런데 집안이라고 들어와도 전기 요금 폭탄 때문에 에어컨을 모셔두기만 하면 뭐가 달라지겠습니까. 이렇게 국민들이 현재 누진제를 바라보는 불만스러운 시각이 이번에 드러났고. 또 바꿔야 한다는 사회적 공론화가 이뤄진 만큼 차재에 전향적인 정책 변화의 필요성이 있지 않느냐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러네요. 이번에는 담뱃세 폭탄 논쟁으로 가보겠습니다. 담뱃세가 오른 지 2년 가까이 됐는데. 폭탄 논쟁이 다시 나오고 있습니다. 배경은 어디에 있을까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정부가 당초 담뱃세를 올리면서 내세웠던 명분과는 달리 금연 효과는 낮고, 반면에 세수는 더 크게 늘어난 자료가 나왔기 때문입니다. 기재부 자료를 보면 담뱃값이 오르기 전인 2014년 상반기에 모두 20억 갑의 담배가 반출됐습니다. 그리고 담뱃세가 오르고 난 뒤인 2015년 상반기에는 13억 1천만 갑으로 많이 줄었습니다. 효과가 있었던 것 같죠. 그런데 올 상반기에 다시 17억 9천만 갑으로 36%나 증가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다시 늘었어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게다가 하반기 담배 소비가 느는 추세로 봤을 때 연말까지는 40억 갑 정도 나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똑같아졌네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예. 담뱃세를 올리기 전까지 되돌린 수준이 된 거죠. 그런데 담배 세수는 지난 해 10조 5천억 원이 걷혀서 1년 새 51%가 늘었죠. 정부의 세수 적자를 메우는 데에 효자 역할을 했었습니다. 올해는 더 늘어나서 13조 원 정도의 담배 세수가 추정되고 있습니다. 흡연율 감소에는 기여 못하고 서민 증세만 했다는 비난이 나오는 겁니다.
 
▷ 한수진/사회자: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여기에 또 불을 지폈잖아요?
 
▶ 차병준 SBS 논설위원:
 
네. 그렇습니다. 담뱃세 인상 때 국민과 약속했던 금연 효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담뱃세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논리가 제기될 수 있다. 김종인 대표가 이렇게 이야기 했죠. 그래서 담뱃세 문제도 이번 국회에서 뜨거운 이슈가 될 것 같습니다.

야당이 담뱃세 인상에 대한 비판을 지렛대 삼아서 대기업, 고소득자에 대한 과세를 강화하려는 움직임 아니냐. 이런 시각도 있기는 합니다. 어쨌든 담뱃세를 정부는 국민 건강 증진이라고 썼는데, 국민들은 서민 증세라고 읽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앞서 말씀드린 전기 요금이나 담뱃세 모두 정책에 대한 정부와 국민의 엇갈린 시각이 이렇게 불만스러운 의미를 담은 ‘폭탄’이라는 말로 표출되는 것 같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SBS 차병준 논설위원이었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 차병준 SBS 논설위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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