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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나이가 어때서'…올림픽 메달 거머쥔 노장들

'이 나이가 어때서'…올림픽 메달 거머쥔 노장들
올림픽 3연패를 달성한 '사격 황제' 진종오(37·KT)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단어는 '은퇴'입니다.

진종오는 지난 11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남자 50m 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고서 의미심장한 한마디를 했습니다.

"후배에게 자리를 물려주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는 데 난 후배와 정정당당하게 맞서고 싶다. 은퇴하라는 건 나에게 가장 사랑하는 사격을 빼앗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진종오는 2020년 도쿄올림픽 사대에도 오르고 싶어합니다.

그때가 되면 진종오는 불혹을 맞습니다.

리우 올림픽에서 마흔을 넘어 시상대에 오른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진종오에게 은퇴를 강요할 이유가 줄어듭니다.

승마 마장마술 개인 종목 동메달리스트인 미국의 '필립 더튼'은 53살로 1963년생으로 이 종목 우승자 마이클 정(34·독일)보다 19살이 많습니다.

리우올림픽에 나선 미국 선수 중 최고령자인 더튼은 6번째 올림픽에서 마침내 개인 종목 '메달리스트'의 꿈을 이뤘습니다.

더튼은 호주 출신으로 호주 대표로 1996년 애틀랜타, 2000년 시드니, 2004년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해 단체전에서는 두 차례 금메달을 땄습니다.

2006년에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고서 "더 선수 생활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라며 미국 국가대표로 나섰습니다.

2008년 베이징과 2012년 런던 올림픽에 나섰지만, 단체전 7위에 그쳤습니다.

개인전에서는 10위권에도 들지 못했습니다.

리우올림픽에서도 미국은 단체전 12위에 그쳤지만, 개인전에서는 3위에 오르며 그토록 바라던 메달을 손에 넣었습니다.

더튼은 "오래 기다리고 버틴 덕"이라고 평가했습니다.

베트남에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안긴 사격 영웅 '호앙 쑤안 빈'은 42살로 대표적인 늦깎이입니다.

1998년 처음 사격에 입문했지만, 국제무대에 나선 건 2006년부터였고 그의 '본업'은 군인입니다.

베트남에는 올림픽 같은 국제대회에서 사용하는 전자표적이 없습니다.

호앙은 열악한 환경에서도 세계적인 사격 선수로 떠올랐고 마침내 10m 공기권총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습니다.

50m에서는 은메달을 따내며 위상을 더 높였습니다.

여자 조정 더블스컬에서 은메달을 수확한 영국의 '캐서린 그레인저'는 40살로 '연쇄살인'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은 독특한 이력이 있습니다.

그는 AP통신 인터뷰에서 "한계에 도달한 인간이 어떻게 극악무도한 범죄자가 되는지를 지켜보는 연구였다"며, "최악의 범죄자들을 법학의 관점에서 분석하고 싶었다"고 말했습니다.

이런 연구를 한 그레인저는 자신의 한계를 인내로 극복했습니다.

2000년 시드니 대회부터 올림픽 무대에 선 그레인저는 마흔의 나이에 리우올림픽에 나서 개인 통산 5번째 메달을 손에 넣었습니다.

그는 영국 여성 선수 중 올림픽 최다 메달리스트로 올라섰습니다.

펜싱 남자 에페 개인전 결승에서 한국의 박상영(21)에게 패한 제자 임레(42·헝가리)도 나이를 뛰어넘는 경기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이번 올림픽에서 가장 큰 박수를 받은 노장 선수는 사격 남자 더블트랩 우승자 페하이드 알디하니(50·쿠웨이트)입니다.

알디하니의 금메달은 쿠웨이트가 아닌 '독립 올림픽 선수단'의 메달로 집계됐습니다.

알디하니는 2000년 시드니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따며 쿠웨이트에 사상 첫 올림픽 메달을 안겼지만 하지만 리우올림픽 시상식에서는 IOC 깃발이 걸렸습니다.

쿠웨이트 올림픽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로부터 정부의 국가올림픽위원회에 대한 부당한 간섭을 이유로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고, 알디하니는 이번 대회에 올림픽 독립 선수 자격으로 출전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금메달을 목에 건 알디하니는 "50살에 금메달을 딴 건, 결코 늦은 것이 아니다"라며 "결국 신께서 나에게 이길 수 있는 의지를 내려주셨다"고 소감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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