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강에서 맞붙는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신태용 감독과 온두라스의 호르헤 루이스 핀토 감독의 심리전이 시작됐습니다.
신 감독은 12일(한국시간) 브라질 벨루오리존치 미네이랑 주경기장에서 열린 공식 기자회견에서 "온두라스 감독의 비매너에 말리지 않을 것이다. 감독이 아무리 비매너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대응하지 않으면 문제가 될 것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신 감독의 발언은 온두라스 선수단의 경기 스타일에 대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습니다.
신 감독이 갑작스럽게 '비매너'라는 자극적인 단어를 사용하자 대표팀의 통역이 당황한 듯 신 감독의 발언을 영어로 번역하지 않고 넘어갔습니다.
기자회견이 끝나자 신 감독은 "내가 말한 것이 그대로 번역돼 알려졌어야 했다"고 아쉬워했습니다.
공식 기자회견에서 '비매너'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핀토 감독을 자극하기 위해 철저한 계산에 따른 행동이었다는 것입니다.
신 감독은 전략가로 꼽히지만, 심리전에도 능숙합니다.
지난 1월 카타르에서 열린 올림픽 예선 도중 요르단과 8강전을 앞두고 신 감독은 요르단 감독 앞에서 "중동 특유의 침대축구는 신사적이지 않다. 요르단은 침대축구를 하면 안 된다"고 도발했고, 요르단 감독은 신 감독의 발언에 미간을 찌푸리는 등 심리적으로 흔들리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신 감독의 도발이 경기 결과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언하기 힘들지만 당시 8강전은 한국의 1-0 승리로 끝났습니다.
신 감독은 6월 고양에서 열린 '4개국 축구 친선대회' 당시에 벌어진 일을 소개하면서 핀토 감독이 먼저 한국에 대한 심리전을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당시 한국은 온두라스와의 경기에서 1-2로 끌려가다가 후반 추가시간에 터진 골로 2-2로 비겼습니다.
온두라스 입장에선 아쉬운 무승부였겠지만 이후 핀토 감독은 대회가 끝날 때까지 한국 코칭스태프를 자극해,한국이 부정한 방법을 동원해 무승부를 거뒀다는 식으로 놀렸다는 것입니다.
신 감독은 핀토 감독이 한국 기자를 통해서도 심리전을 폈다고 주장했는데, 핀토 감독이 한국 기자에게 "한국 대표팀 선수 중 24세 이상 와일드카드가 누구냐"고 질문한 것입니다.
질문 내용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핀토 감독은 한국 대표팀 중 와일드카드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있었던 셈인데, 이에대해 신 감독은 "그건 심리전이에요. 우리 팀에 대해 다 분석했으면서 모른 척하는 거에요"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습니다.
한국과 온두라스의 8강전은 두 감독의 장외 수 싸움으로 이미 시작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