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요금폭탄 겁나" 경로당 어르신들 에어컨 모셔놓고 '땀 뻘뻘'

"요금폭탄 겁나" 경로당 어르신들 에어컨 모셔놓고 '땀 뻘뻘'
수은주가 35도까지 육박한 9일 오후 충북 단양군의 한 경로당에는 선풍기 1대가 쉼 없이 돌아가고, 둘러앉은 4∼5명의 노인은 선풍기 바람으로는 가시지 않는 더위를 식히기 위해 연신 부채질을 했습니다.

순식간에 더위를 식혀 줄 에어컨은 꺼진 채 방 한 쪽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른 아침부터 숨이 턱턱 막히는 '찜통더위' 속에서도 이 경로당은 하루 2∼3시간만 에어컨 가동하며 여름을 나고 있습니다.

이용하는 노인이 100여 명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또 다른 경로당도 매일 정해 놓은 시간에만 에어컨을 틀고 있습니다.

에어컨이 설치된 충북 대부분 경로당이 '무더위 쉼터'로 지정됐지만, '전기요금 누진제 폭탄' 걱정에 어르신들은 선뜻 에어컨을 틀지 못합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경로당에 지원하는 냉방비는 7∼8월 두 달간 고작 10만 원으로 한 달에 5만 원만 가지고 무더위를 버텨야 한다는 말입니다.

다음 달 기온도 평년보다 기온이 높을 것으로 예보됐지만, 9월에는 냉방비가 아예 지원되지 않아 아무런 대책이 없습니다.

냉방기를 가동하다 보면 한 달 전기요금이 수십만원을 훌쩍 넘기 일쑤여서 에어컨은 '그림의 떡'인 셈입니다.

누진제 적용으로 전력 사용이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요금 폭탄을 맞는다는 언론 보도까지 접한 터라 올 여름에는 더더욱 에어컨에 손을 대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로당의 한 관계자는 "여름철에 에어컨을 자주 켜면 전기요금이 35만 원까지 나온다"며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없어 에어컨을 사용하지 않으려 하지만, 요즘 날씨가 워낙 더워 몇 시간은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나마 에어컨 설치된 경로당은 사정이 나은 편입니다.

충북 도내 경로당 4천51곳 가운데 에어컨이 있는 곳은 2천820곳에 불과합니다.

1천200여 곳의 경로당에서 생활하는 노인들은 선풍기와 부채에 의지해 '찜통'같은 더위를 견디고 있습니다.

진천 군내 한 마을의 이장은 "요즘 전기요금 폭탄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냉방비가 만만치 않아서 군에 에어컨을 설치해달라는 요청도 하지 않았다"며 "여름 두 달에만 지원하는 월 5만 원으로 어떻게 에어컨 전기요금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고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냉방비 지원의 문제점을 꼬집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