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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없어 외로워요" 소규모 학교 잇달아 폐교 결정

"폐교를 반대하던 학부모들도 '친구가 없어 외롭다'는 자녀의 말에 마음을 움직이더라고요" 경기도 이천 부발초등학교 백록분교는 4년 전만 해도 전교생이 20명이 넘었다.

일반 학교와 비교하면 학생 수가 턱없이 부족한 그야말로 '시골학교'였지만 농촌생활과 소규모 수업을 원하던 학부모들에겐 선호 대상이었다.

그런 백록분교에 변화가 생긴 건 학생 수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하면서부터였다.

4년 만에 학생 수는 절반 이하인 8명으로 감소했다.

올해 1학년 신입생은 아예 없고 3학년과 4학년은 각각 학생이 한 명뿐이다.

학생이 줄어드니 가장 먼저 변한 건 교육 활동이었다.

백록분교장은 "학생 수가 많았을 때는 운동장에서 축구도 하며 체육 활동이 가능했는데 갑자기 숫자가 주니까 이런 활동에 어려움이 생겼다"며 "학교의 역할 중 하나인 사회성 교육도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소규모 학교 학생들은 돌봄교실이나 방과후교실 등 적정규모 학교 학생들이 받는 교육적 혜택도 받지 못했다.

학생들의 건강관리를 담당하는 보건교사는 물론 유치원 교사도 고용할 수 없는 구조다.

분교장은 "작년까지만 해도 일부 학부모가 폐교를 반대했지만, 소규모 학교의 교육적 한계와 어려움을 이해하고 모두 동참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분교는 내년 3월 1일 자로 본교인 부발초등학교로 통합되며, 백록분교 학생들도 대부분 부발초로 등교할 예정이다.

분교와 본교가 6km 정도 떨어져 있어 분교 학생들에겐 통학버스가 지원된다.

이밖에 분교 학생들에 대한 현장체험학습비용, 방과 후 교실 등 지원도 검토 중이다.

지원금은 소규모 학교 통폐합 인센티브로 편성된다.

전교생 15명인 여주 북내초 주암분교 역시 비슷한 이유로 폐교절차를 진행 중이다.

주암분교장은 "학부모들이 분교 출신 학생들이 중학교 진학 후 학생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는 것 같다며 불안해했다"며 "학생들 간 활동과 소통 등 지식 외적인 교육도 중요한 데 학생 수가 적으며 그런 교육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소규모 학교 통폐합 바람은 도심지도 피해가지 않았다.

용인 기흥중학교는 최근 학부모 대상 폐교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학부모 161명 중 142명(88.2%)이 찬성표를 던져 올해를 끝으로 신입생을 뽑지 않기로 했다.

올해 1학년이 졸업하는 2018년까지만 학교를 유지하고 문을 닫게 된다.

폐교 결정의 가장 큰 원인은 역시 학생 수 감소다.

600명에 육박하던 학생 수는 6년 만에 30% 수준으로 급감했다.

용인교육청 관계자는 "기흥중의 경우 구도심 지역인 데다 바로 길 건너에 중학교가 또 있다"며 "학생 수가 날로 주는 학교의 존립과 운영에 어려움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학교와 교육청은 전출학교 교복비 지원, 방과 후 교실 예산지원 등 폐교에 따른 다양한 지원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또 폐교 시까지 혁신학교 지원을 유지하고 급식실 정상운영, 행정실무사 인원 유지 등 행정적 지원도 모색 중이다.

학교 전통유지를 위해 인근 지역에 중학교가 신설될 씨 '기흥중' 명칭을 그대로 사용하기로 했으며 학교 역사관도 설치할 계획이다.

9일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도내 통폐합 대상인 소규모 학교는 총 84곳이다.

소규모 학교 기준은 도시지역 초등 240명 이하, 중등 300명 이하이며 읍 지역 초등 120명 이하, 중등 180명 이하이다.

이 가운데 올해 학교 통폐합을 행정예고 했거나 예고 중인 학교는 모두 6곳이다.

이 외 화성의 초등학교 2곳(신설 대체 이전)은 신도시 지역으로 학교를 옮긴다.

올 하반기 도교육청의 경기도립학교설치조례 개정이 통과되면 통폐합이 최종 확정된다.

도교육청은 소규모 학교가 교과 활동, 창의적 체험활동 등 다양한 교육제공이 어려워지고 보건·사서·교과전담교사 배치를 못 하는 등 학교 운영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보고 적정규모학교 육성(학교 통폐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 통폐합은 학부모 찬성이 무조건 전제되어야 한다. 강제로 밀어붙일 수 없다"며 "주로 학생이 급격히 주는 시골학교와 구시가지 내 학교 학부모들이 통폐합 취지에 공감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 "통폐합 학교와 학생들에겐 다양한 지원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며 "학교가 지역사회의 큰 축이 되는 만큼 폐교를 지역주민들을 위한 교육·문화시설로 재활용하는 것도 대안으로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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