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8일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시행을 앞두고 여의도 증권가도 바빠졌다.
한국거래소는 내달 2일 국민권익위원회 소속 검사를 초청해 전 직원에게 김영란법의 구체적인 내용을 소개하는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8일 밝혔다.
거래소는 작년 초 공공기관에서 해제됐지만 김영란법 적용 대상인 공직유관단체에 해당한다.
이에 따라 현재 기획부, 감사실, 홍보부 등 관련 부서가 주축이 돼 김영란법 시행 대책을 짜고 있다.
거래소는 조만간 한국예탁결제원, 코스콤, 금융투자협회, 한국증권금융 등 유관기관과 공동 대책회의를 열어 세부 시행 매뉴얼을 공유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금융투자협회도 회원사의 문의가 잇따르자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회원사들의 회비로 운영되는 금투협은 업무 특성상 공무원이나 언론인과 접촉할 일이 많아 김영란법 시행에 따른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금투협 관계자는 "법무지원 및 홍보 파트가 함께 김영란법을 분석 중"이라며 "법 시행 전까지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회원사에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증권사들은 자체적으로 컴플라이언스(준법감시) 부서 등에서 매뉴얼을 마련하고 있다.
아울러 해당 부서원을 대상으로 한 사내 교육을 병행할 계획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오는 25일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를 초청해 한국투자증권 등 계열사 전 임원을 대상으로 한 세미나를 열 것으로 알려졌다.
A 증권사는 최근 일차적으로 실무자 교육을 한 데 이어 조만간 금투협 차원의 대응방안이 나오면 이를 토대로 전 직원 교육을 진행하기로 했다.
B 증권사 홍보 담당자는 "해석이 다양하게 나올 수 있는 만큼 권익위의 법규 해설에 반영되지 않은 내용 중에서 추가로 있을 만한 사례와 관련한 직원들의 의견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C 증권사 관계자는 "조만간 '김영란법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직원에게 공지할 예정"이라며 "우선 10월 이후로 잡힌 골프 약속은 취소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D 증권사 관계자는 "김영란법이 시행되는 9월 28일 이후 골프는 아예 금지하고 저녁 자리도 자제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가 강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업계 일각에서는 통상 연말에 열던 송년회를 법 시행 이전으로 앞당기자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매달 '코스닥저널'을 발간해 온 코스닥협회는 '코스닥저널'의 정기간행물 등록을 취소하고 전자간행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정기간행물을 발행하면 언론사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일부 증권사들은 같은 이유로 매일 투자자용으로 발간하는 분석 보고서를 이메일로만 제공하는 방안까지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실무 담당자들은 김영란법의 적용 사례에 대한 해석이 모호한 경우가 적지 않다며 대책 마련에 어려움이 많다고 호소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윗선에선 법 시행 전에 차질없이 준비하라고 하지만 포괄적으로 표현된 부분이 많은 데다가 같은 조문을 놓고도 언론매체마다 해석이 달라 혼란스럽다"고 털어놨다.
다른 관계자는 "권익위의 직종별 매뉴얼이 나와야 구체적인 대응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수 있을 것 같다"며 "경우의 수가 많은 만큼 법 시행 이후 몸 사리는 분위기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