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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깐해진 회계감사…부실 숨긴 '제2의 대우조선' 나오나

회계법인, 달라진 분위기에 회계기준 엄격히 적용하고 나서

주요 회계법인이 부실 감사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 감사업무를 엄격히 수행하기 시작하면서 제2, 제3의 대우조선해양 사례가 등장할지 우려된다.

숨겨진 부실이 한꺼번에 표출되는 기업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이후 은행들이 기업대출 심사를 엄격히 하는 상황에서 재무제표 악화가 자금회수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 면밀한 모니터링에 나서고 있다.

7일 금융권과 회계법인의 말을 종합하면 삼일·삼정·안진·한영 등 국내 4대 회계법인은 최근 소속 회계사들이 감사기준을 엄격히 준수하도록 내부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분식회계 사태로 부실 감사를 한 회계법인 역시 책임을 져야 한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진 탓이다.

대형 회계법인 소속 한 회계사는 "부실 감사 문제가 이슈화되고 사회적 비난이 커진 이후 내부적으로 분위기가 바뀐 게 사실"이라며 "이전 같으면 적당히 넘어갈 만한 사소한 사안도 이제는 기준을 엄격히 적용해 들여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수임경쟁이 치열한 영업환경을 고려해 이전에는 피감회사를 상대로 깐깐하게 굴 수 없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분위기가 바뀌면서 원칙을 엄격하게 고수한다는 것이다.

금융감독당국이 부실감사를 초래한 회계법인의 실무 책임자도 처벌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한 것도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미쳤다.

금융감독당국이 수주산업의 회계 투명성 제고 방안을 마련하고 재무제표 적정성에 대한 집중적인 감시에 나선 것도 부실이 한꺼번에 반영될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회계법인들의 깐깐한 태도 변화는 당장 기업들의 올해 2분기 결산 재무제표에 부정적인 요소로 반영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특히 건설·플랜트·조선 등과 같은 완공 기간이 장기간 소요되는 수주산업에 경계령이 내려졌다.

수주산업은 회계장부상 공사 진행률을 부풀리거나 위험요인을 축소할 여지가 있는데 갑자기 회계기준을 엄격히 적용하면 부실 요인이 한꺼번에 반영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작년 5월 새 사장이 취임한 뒤 이전 경영진이 숨겨온 부실을 반영하면서 5조5천억원의 적자를 작년도 재무제표에 기록한 바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엄격한 회계감사 기준 적용으로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조선업 등 일부 수주업종 기업에 급격한 실적 악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관련 동향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현재까지 주요 수주업종 기업의 2분기 실적 발표상으로는 일부 기업을 제외하면 '어닝 쇼크' 수준은 나타나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건설업은 국내 주택경기 활성화에 힘입어 전년보다 실적이 개선된 곳이 많았다.

하지만 긴장을 늦추기엔 이르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실적 발표를 마친 주요 건설사들은 해외 건설·플랜트 비중이 높더라도 악재를 이전에 모두 털어버린 경우가 많아 추가로 부실이 반영될 여지가 적은 편"이라며 "다만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수주업종 기업에서 예상치 못한 회계상 이슈가 발생할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기업의 재무제표 악화가 은행에 자금줄을 조이는 명분을 제공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한국은행의 금융기관 대출행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은행이 전망한 올해 3분기(7∼9월) 대출태도지수는 전분기에 이어 -19로 집계됐다.

이는 2008년 4분기(-2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대출태도지수가 낮을수록 대출심사를 강화하겠다는 금융기관들이 많다는 뜻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기업 구조조정 본격화 이후 조그마한 이슈만 있어도 은행들이 기업대출을 회수하려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며 "재무제표가 나빠진 기업을 상대로 은행권이 자금줄을 죌 가능성이 있어 관련 동향을 유심히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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