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팍팍한 살림에, 집에 불이라도 나면 그야말로 난민 신세가 될 수밖에 없는 저소득층이 많습니다. 화재에 취약한 우리 이웃들을 돌아보는 연속보도, 오늘(25일)은 단 한 번의 화재로 삶의 터전을 잃은 사람들을 권란 기자가 만났습니다.
<기자>
슬레이트 지붕 위로 시커먼 연기가 치솟습니다.
집 내부는 시뻘건 불길에 휩싸입니다.
지난 4월 이웃 빈집에서 옮겨붙은 이 화재로 53살 윤 모 씨는 하루아침에 살 곳을 잃었습니다.
화재 당시 윤 씨는 태어난 지 넉 달 된 손녀와 함께 있다 연기를 마시고 병원으로 실려갔지만,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 이후였습니다.
보증금 500만 원, 월세 20만 원에 살던 집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자, 오갈 데가 없어진 겁니다.
급한 대로 윤 씨 부부는 지난 석 달 동안 고시원을 전전했고, 아들은 친구 집 신세를 졌습니다.
돌려받은 보증금으로 최근 근처 연립주택으로 이사했지만, 건강이 나빠 일을 못하는 윤 씨 부부에겐 훌쩍 오른 월세와 생활비가 큰 부담입니다.
살림살이도 장만하지 못하고 불탄 집에서 꺼내온 집기를 닦고 수리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화재 원인도 알 수 없어 보상받을 길도 막막합니다.
[윤모 씨/화재 피해자 : 보험을 들려고 여기저기 알아봤어요. 건물이 오래됐다고 못 넣는다고 그러더라고요. 사는 게 너무 복잡하고 힘들고 하니까…집에 들어가면 굴속 같고….]
한 해 발생하는 화재로 5백여 가구가 전 재산을 잃고 난민 신세로 전락합니다.
[윤지열/서울 서대문소방서 : 하루하루 어렵게 살아가는데 화재가 발생하면, 복구 비용이라든지 생계를 유지해 나가야 되는데 부담을 많이 가지시는 것 같아요.]
화재 진압에 참여했던 소방관들이 집수리도 도와주고 가전제품이나 생필품 기부도 해주지만 한계가 있습니다.
[허명관/한국소방복지재단 사무총장 : 유독 화재피해 대상에 대해서는 국가라든지 지방자치단체에서 지원하는 제도는 없다고 봅니다.]
화재 위험에 더 많이 노출돼 있는 데다, 화재 이후 더 큰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을 위해 보험제도 손질과 생계비 지원이 절실합니다.
(영상취재 : 유동혁·이용한, 영상편집 : 최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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