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문학적 규모의 회계사기를 저지른 의혹이 제기된 대우조선해양 고재호 전 사장이 오늘(4일) 검찰에 출석했습니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은 오늘 오전 고 전 사장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하고 있습니다.
오전 9시 15분쯤 서울중앙지검 별관에 도착한 고 전 사장은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취재진의 질문에 "회사의 엄중한 상황에 대해 책임을 통감한다"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러나 핵심 의혹인 회계사기에 대해선 "지시한 바 없다"며 혐의를 부인했습니다.
전직 대우조선해양 최고경영자의 검찰 출석은 이미 구속된 남상태 전 사장에 이어 두 번쨉니다.
검찰에 따르면 고 전 사장은 재임 기간인 지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해양플랜트와 선박 사업 등에서 원가를 축소하거나 매출액 또는 영업이익을 과다 계상하는 수법 등으로 모두 5조 4천억 원대 분식회계를 한 혐의를 받고 있습니다.
대우조선은 지난 2013년 4천409억 원, 지난 2014년 4천711억 원의 흑자를 냈다고 공시했습니다.
하지만, 최근 누락된 비용과 손실충당금을 반영해 회계 수치를 수정하자 각각 7천784억 원, 7천429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그는 이러한 회계조작을 통해 재무구조가 건실한 것처럼 눈속임한 뒤 회사채와 기업어음 등을 발행해 금융권에 수십조 원의 피해를 줬습니다.
지난 2013부터 2014년까지 임직원에게 지급된 2천억여 원의 성과급도 이러한 회계사기가 바탕이 됐습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이 연임을 위해 경영 성과를 부풀리려 한 것으로 보고 정확한 범행 경위와 규모 등을 조사하고 있습니다.
검찰은 앞서 지난달 25일 고 전 사장 재임 당시 분식회계를 실무적으로 주도한 대우조선 최고재무책임자 출신 61살 김 모 전 부사장을 구속했습니다.
김 전 부사장은 검찰 조사에서 고 전 사장이 회계사기를 지시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검찰은 고 전 사장을 밤늦게까지 조사한 뒤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처리 방향을 결정할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