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29일(현지시간)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효과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내놓자 정부 부처 등 국내 통상관계자들은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전날까지도 ITC가 보고서에 한미 FTA로 인해 미국 내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등 부정적 평가를 담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ITC는 이날 '무역협정의 경제적 영향' 보고서를 통해 한미 FTA는 미국에 최소 48억달러(약 5조6천억원)에서 최대 53억달러(약 6조1천억원)의 수출 증가효과를 낳은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이는 242억~1천260억 달러의 수출증가 효과를 낸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에 이어 평가대상이 된 13개 FTA 중 두 번째로 많았다.
최근 미국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한미FTA를 비롯해 미국이 체결한 무역협정 때문에 미국이 손해를 보고 있다는 주장이 잇따라 나오고 있는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나라에 상당히 긍정적인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이 보고서는 향후 미국 대선을 전후해 거세질 것으로 우려되는 미국의 통상압력을 반박하는 주요자료로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로 미국 공화당의 사실상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는 전날 "한미FTA 때문에 한국에 대한 무역적자가 두 배로 늘었고 미국 내 일자리도 10만 개나 사라졌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 같은 분위기 때문에 통상 업무를 관장하는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들은 밤샘 대기를 하면서 ITC 보고서가 나오기를 초조하게 기다렸다.
만약 보고서에 한미 FTA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이 담기면 30일 긴급 브리핑을 열 계획까지 짜둔 상태였다.
결국 보고서 내용에 민감한 내용이 없는 것으로 확인됐고 산업부는 브리핑 없이 "ITC 보고서는 계량모델 등을 활용하여 FTA의 경제적인 효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했으며 한미 FTA에 대해서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으로 기술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짤막한 평가를 내놨다.
산업부는 "향후 보고서에 대한 추가 분석 등을 통해 한미 FTA가 균형적으로 평가되고 양국간 호혜적인 통상관계가 지속할 수 있도록 적극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ITC는 무역으로 인한 미국의 산업 피해를 평가하는 독립 기구로 사법기관에 준하는 권한을 지니고 있다.
산업부의 한 관계자는 "ITC는 독립 기구이기는 하지만 행정부의 영향을 받는 곳이라 오바마 정부 때 발효된 한미 FTA에 대해 부정적으로 기술하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한국무역협회의 경우도 이날 소속 국제무역연구원 통상연구실 관계자들이 새벽같이 출근해 ITC 보고서 발표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하지만 역시 크게 민감한 내용이 없어 별다른 분석 보고서는 작성하지 않을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