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전·현직 사장 등 주요 임직원 7명이 비리 혐의로 기소되면서 '비리 백화점'이란 오명을 얻었던 KT&G에서 특정대학 출신들이 요직을 장악해 회사를 망치고 있다는 내부 불만이 나오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연매출이 4조원대에 이르는 KT&G는 백복인 사장을 비롯해 영업전략실장인 이정진 상무, 경북본부장인 도학영 상무, 자회사인 인삼공사의 박정욱 사장, 강동수 전략실장, 이재삼 원료사업단장 등 핵심 임원들이 영남대 출신이다.
이중 백 사장은 2011년 KT&G 광고대행사로부터 수주 청탁과 함께 5천500만원을 받은 혐의로 최근 기소돼 재판이 진행 중이다.
백 사장은 2013년 경찰이 수사한 민영진 전 사장의 배임 의혹 사건과 관련해 핵심 참고인을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수사로 KT&G 전·현직 임원들이 그동안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 편의나 인사 청탁 등을 대가로 관행적으로 뒷돈을 받았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안팎의 비판이 쏟아졌다.
특히 회사 내부에서는 특정대학 출신들이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고 하는 식으로 요직을 독차지하면서 내부 견제기능이 마비돼 이런 비리 관행이 깊어졌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터져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KT&G 직원은 "사장과 주요 임원, 자회사 사장 등이 모두 같은 대학 출신이다보니 이런저런 말들이 나온다"면서 "최근 회사가 처한 상황 때문에 '특정대학 인맥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는 불만도 일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반면 전체 임원 중 문제가 된 대학 출신은 소수에 불과한데 이 대학 출신들이 요직을 독점했기 때문에 회사가 '비리 백화점'이란 오명을 쓰게 됐다는 식의 시각은 무리한 확대해석이라는 반론도 있다.
KT&G 홍보실 관계자는 "실장 이상 임원 59명 중 영남대 출신은 3명에 불과하고 다른 대학 출신에 비해 특별히 많지도 않다"면서 "이 대학 출신들이 회사를 망치고 있다거나 마피아 운운하는 건 무리한 시각"이라고 해명했다.
과거 전매청이란 이름으로 불리던 KT&G는 1989년 한국담배인삼공사로 상호가 바뀌었다가 정부의 공기업 민영화 방침에 따라 1997년 주식회사로 변신한 뒤 2002년 12월 KT&G로 상호를 변경, 오늘에 이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