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이렇게 미국에서는 천문학적인 합의금을 내기로 한 폭스바겐이 우리 정부와 소비자에겐 배상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다시 확인하고 있습니다. 폭스바겐이 이렇게 오만한 태도로 한국 소비자를 만만하게 보는 이유가 뭘까요.
한세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폭스바겐이 밝힌 배상 불가 이유는 법적 근거가 없단 겁니다. 배출가스 저감장치 조작을 금지한 시행규칙은 지난 2012년에 만들어졌는데, 문제 차량은 그 전에 생산됐다는 겁니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은 다릅니다. 상위법인 '대기환경보전법'엔, 차량은 배출가스 허용기준에 맞게 제조 이후에도 성능이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입니다.
문제된 폭스바겐 차량은 질소산화물을 최대 킬로미터 당 1천700밀리그램까지 배출했는데, 이는 국내 기준치를 10배 가까이 초과한 겁니다.
[하종선 변호사/폭스바겐 소비자 소송 담당 : 실제로 도로에서 나오는 (질소산화물)이 실험실에서 나오는 것보다 2~3배 더 나오는 건 봐줄 수 있지만, 8배까지 나오는 건 문제입니다.]
또, 폭스바겐 측은 미국과 국내서 판매된 모델이 달라 같은 배상기준을 적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전문가들은 국내서 팔린 차종에도 조작된 엔진이 탑재됐다고 반박했습니다.
결국, 폭스바겐이 국내 배상을 외면한 속내는 따로 있단 지적이 나옵니다.
[김필수/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 : 국민들이 이렇게 문제를 일으킨 회사 같은 경우엔 불매운동을 통해서 실제로 (차를) 사주지 말아야 합니다. 시장이 커지고 물건이 팔리면, 범죄를 저질러도 된다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거든요.]
실제로 '디젤 게이트' 후 9백여 대로 떨어졌던 판매량은 20% 할인, 60개월 무이자 혜택에 한 달 만에 3배 넘게 급증했습니다.
부도덕한 기업에 대해선 소비자들도 엄중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