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총이 이달 19일 노사정 탈퇴를 선언하면 18년 역사를 가진 노사정위원회는 다시 한번 위기를 맞게 된다.
노사정위가 출범한 것은 1998년 1월 5일이다.
1997년 말 외환위기를 맞아 노사정 간 사회적 대화와 타협으로 이를 극복하고자 설치된 사회적 대화기구다.
네덜란드의 바세나르협약 등 유럽의 노사정 대타협이 모델이라고 할 수 있다.
노사정위에는 노동계에서 한국노총, 경영계에서 한국경총과 대한상의, 정부에서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산업자원부 등이 참여한다.
학계 전문가들은 공익위원으로 참여해 분야별로 전문적인 의견을 제시한다.
민주노총도 출범 초기에는 노사정위에 참여했으나, 정리해고제 도입 등에 반발해 1999년 2월 탈퇴했다.
노사정위의 주된 역할은 정부와 노동계, 경영계의 극심한 갈등을 불러올 수 있는 사안에서 노사정 합의로 난국을 타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1998년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노사정 대타협이 대표적인 예다.
시급한 기업 구조조정을 위해 노동계가 정리해고제와 근로자 파견제도 등에 합의하는 대신, 정부는 민노총·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국공무원노조 등의 합법화를 약속했다.
2009년 말에는 타임오프제에 대한 노사정 합의가 이뤄졌다.
노조 전임자에 대한 사용자의 임금 지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이 제도는 당초 1997년 도입됐으나, 노동계의 반발로 13년 동안 시행이 유예됐다가 노사정 합의로 가까스로 2010년 7월 시행됐다.
지난해 9월에는 '9·15 노사정 대타협'이 의결됐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차별을 해소하고, 정년연장·통상임금·근로시간 단축 등의 시급한 현안을 해결하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임금체계 개편도 주요 의제였다.
문제는 9·15 노사정 대타협이 '미봉책'으로 온통 채워졌다는 점이다.
일반해고,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파견 허용업종 확대 등 민감한 사안에 대해 '협의를 통해 대안을 마련한다'는 합의 수준에 그치고 말았다.
논란의 불씨를 스스로 심어놓았다고 할 수 있다.
결국 정부·여당이 대타협에서 합의되지 않는 내용을 포함한 노동개혁 5대 입법을 추진하고, 연말에는 일반해고와 취업규칙 변경요건 완화 등 양대 지침까지 추진하자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을 불렀다.
이달 19일에는 한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마저 우려된다.
다만, 한노총의 노사정위 탈퇴가 처음은 아닌 만큼 너무 큰 우려를 할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한노총의 노사정위 탈퇴나 논의 중단 선언은 1998년 7월, 1999년 4월, 1999년 11월, 2000년 10월, 2005년 7월, 2009년 10월, 2010년 5월, 2013년 12월, 지난해 4월 등 9차례에 달한다.
대부분 탈퇴나 논의 중단 수개월 후에는 복귀했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글로벌 경기침체로 국내 산업에서도 대규모 구조조정 등이 우려되는데 노사정이라는 소중한 틀까지 깨지면 노사 현장은 물론 사회 전방에서 상당한 혼란과 불안이 우려된다"며 "이럴 때일수록 노동계와 정부가 대화와 타협으로 난국을 타개하려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