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대북소식통은 “모란봉 악단 공연 내용에 핵보유나 장거리로켓 발사를 선전하는 내용이 들어갔고 중국이 이 내용의 수정을 요구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전했다. 리허설을 하며 공연 내용에 대해 조율을 하는 과정에서 북중간의 마찰이 생긴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김정은 제1비서의 수소폭탄 보유 발언이 공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일각의 설은 근거가 약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 분야에 정통한 대북소식통은 “중국이 김정은의 수소폭탄 발언에 문제를 삼으려했다면 이는 외교경로를 통해 제기할 문제이지 공연과 연계시킬 문제는 아니”라고 말했다.
● 이번 사태가 주는 두 가지 의미
여기서 이번 사건이 주는 의미를 두 가지 관점에서 살펴보자.
하지만, 중국 입장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의도에 과거처럼 박수를 쳐주기가 어렵다. G2의 일원으로 국제사회를 이끄는 주요국가가 되고 싶은 중국이 ‘위대한 김정은 동지’를 외치는 공연을 베이징 한 가운데서 수 많은 관객을 모아놓고 성원하기는 어려운 것이다.
더구나 핵과 장거리로켓 발사를 선전하는 내용이 공연에 들어있었다면, 국제규범을 같이 만들어가는 중국이 이를 용인하기는 어렵다. 구시대에 그대로 머물러있는 북한과 세계로 뻗어가고 있는 중국의 눈높이가 너무 달라져 있는 것이다.
사실, 김정은이 조금만 성질을 죽이고 중국과 타협을 하도록 했다면 공연 자체가 크게 타격을 입을 것도 없었다. 중국이 노골적인 김정은 찬양곡 몇 개를 빼달라고 요구할 수는 있으나 전체적인 공연구도를 바꿀 수는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에까지 초빙해 온 외국의 공연단에게 간섭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는 법이다. 북한이 중국의 수정 요구에 어느 정도 호응해 주는 모양새만 보였다면 중국도 중간선에서 타협을 하는 방식으로 이번 공연을 진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런 유연성을 발휘하지 못했다. “감히 공연 내용을 제 멋대로 이래라 저래라 해! 그럴 거면 다 들어오라고 그래”라는 것이 김정은의 대응방식이었던 것 같다. 결국, 그런 조급성으로 인해 내년 초에도 김정은의 방중을 통한 북중 정상회담이 가능할 지는 불투명하게 됐다.
이번 모란봉 악단의 공연 취소 사태는 국제사회의 주요 행위자로 부상하는 중국과 과거의 혈맹 논리에만 머물러 있는 북한간의 괴리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북한과 중국이 쉽사리 등을 돌리지는 않겠지만, 북한이 지금의 상태에 머물러있는 한 두 나라의 눈높이는 갈수록 격차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