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바람을 피운 배우자는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 이른바 유책주의입니다. 대법원은 지난 9월 이 유책주의를 재확인하면서도, 예외를 제시했습니다. 혼인 파탄의 책임이 있어도, 그 책임을 넘어설 만큼 가족들한테 정성을 다 했거나, 시간이 많이 흘러서 책임을 따지는 게 무의미해진 경우입니다. 이 예외 기준에 따라 이혼을 허용한 판결이 처음 나왔습니다.
이한석 기자입니다.
<기자>
45년 전 결혼해 세 자녀를 낳은 부부의 얘기입니다.
사이가 좋지 않아 말다툼을 하다 TV를 내던지는 등 큰 싸움으로 번지기 일쑤였습니다.
결혼 10년 만에 이혼했다 3년 뒤 다시 혼인신고를 하기도 했지만 관계는 회복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외도를 했고 혼외자도 낳았습니다.
부부는 25년 동안 장남 결혼식 때 말고는 한 번도 만나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남편은 재작년 이혼 소송을 냈는데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파탄의 책임이 남편에게 있기 때문에 이혼을 요구할 수 없다는 유책주의가 근거였습니다.
그러나 지난달 2심은 이혼을 허용했습니다.
유책주의의 예외를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부합하는 걸로 본 겁니다.
남편에게 책임은 있지만, 자녀들과 손자에게 생활비와 교육비는 물론 재산까지 줬고 아내 역시 금전적 여유가 있어 생활에 어려움이 없다는 점을 재판부는 고려했습니다.
[김진욱/변호사 : 혼인관계가 이미 파탄에 이르렀고 혼인생활을 계속하는 것이 무의미하다고 판단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이혼 청구를 확대하는 것으로 판결했었습니다.]
대법원이 유책주의를 유지할 때도 대법관 7대 6의 판결이었던 만큼, 유책주의를 유연하게 적용하는 판결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영상취재 : 이원식, 영상편집 : 김형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