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국제공항에서 장거리 택시영업을 독점하기 위해 일부 택시기사들이 폭력을 활용한 불법영업을 해오다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습니다.
이들의 영업활동은 3년 전 공항에서 활개치던 '조폭형' 택시조직과 여러모로 닮아 제주도청과 경찰이 대책회의까지 하며 대응에 나섰던 노력을 무색하게 하고 있습니다.
◇ 바가지는 기본…욕설에 폭행도
"왜 3만 원에 (손님을) 태우고 가! XXX야! … 왜 끼어들고 난리야!" 여러 명의 택시기사가 한 택시기사를 에워싸고 욕설하더니 갑자기 여럿이 한 명의 얼굴을 때리고 발길질을 했습니다.
제주공항에서 서귀포시까지 3만 5천 원을 받기로 했는데 이보다 적은 3만 원을 받고 영업했다는 것입니다.
택시기사들의 폭행 장면은 고스란히 공항 내 폐쇄회로(CC)TV에 담겼습니다.
3년 전 제주공항에서 활개쳤던 '조폭형' 택시조직과 비슷한 행태의 불법 영업이 택시기사들 사이에 또다시 벌어졌습니다.
장 모(60) 씨 등 10명의 택시기사 일당이 폭력을 휘두르며 다른 택시기사의 영업을 방해해 오다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22일 불구속 입건됐습니다.
2012년에도 19명으로 구성된 '조폭형' 택시조직이 제주도 자치경찰관을 골프채로 위협하며 단속을 피하고 제주공항 내 장거리 택시영업을 독점하다 적발돼 형사처벌됐습니다.
올해 1월 독버섯처럼 다시 돋아난 이번 불법영업 택시기사 조직은 10여 명이 모임을 만들어 밤늦은 시간에 회원 5∼6명의 택시를 공항 택시승강장에 주차해 자리를 선점한 뒤 비회원 택시기사들이 끼어들면 폭력을 휘두르며 장거리 영업을 독점했습니다.
이들은 한밤중 택시승강장 도로에 자리를 잡고 앉아 버젓이 음식을 펼쳐놓고 먹으며 다른 택시기사들에게 위력을 과시했습니다.
비회원 택시기사가 택시승강장에 들어서면 회원 중 1∼2명이 다가가 차를 빼라고 위협하고 해당 택시기사 반항이라도 하면 침을 뱉거나 욕설을 했습니다.
그래도 저항하면 폐쇄회로(CC)TV가 비추지 않는 사각지대로 데려가 뺨을 때리고 발길질을 하는 등 폭력배나 다름없는 행동을 했습니다.
심지어 관광객들에게 다가가 호객행위를 하고 자신들이 원하는 목적지가 아니면 비회원 택시기사들에게 손님을 떠넘기기도 했습니다.
제주공항에 도착하자 벌어지는 이 같은 모습은 자연스럽게 제주 관광이미지를 흐렸습니다.
◇ 과거 '조폭형' 택시조직과 유사
이들 불법영업 택시조직은 3년 전 철퇴를 맞은 '조폭형' 택시조직과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과거 '조폭형' 택시조직은 도내 일부 영업용 회사 택시기사들이 주축이 돼 만들어졌습니다.
이들은 10년간 조직을 운영하며 '다른 택시가 절대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는 등 폭력조직과 유사한 행동강령을 만들고 지시에 불응한 조직원은 강제탈퇴시키는 등 결속을 다졌습니다.
폭력으로 독차지한 손님들에게 바가지 영업을 하며 이득을 챙겼고, 특정 관광사업장과 음식점에서 알선비를 받아 연간 5천700만 원가량의 운영자금을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단속이 느슨해진 틈을 타 다시 만들어진 이번 공항 불법영업 택시조직은 장거리 택시승강장을 장악할 목적으로 총무·고문을 두고 활동한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과거 처벌을 받은 조폭형 택시기사 4명이 조직에 가담하기도 했습니다.
이들은 단속을 피하려고 건전한 오름동호회를 가장한 모임 이름으로 활동하며 월 1회 주기적인 모임과 단합대회를 열었습니다.
또 택시승강장에 회원 차량이 줄어들면 서로 수시 연락하며 다른 회원의 차량을 채워 넣는 방식으로 활동했습니다.
경찰은 이 모임 회원의 금융 계좌와 휴대전화 등을 분석해 조직적인 체계를 갖추고 범행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경찰은 이들이 장거리 택시영업을 독점하면서 손님들을 유료 관광지 등에 소개해 주고 수수료 등을 받아 모임자금으로 사용했는지 등 수사를 확대해 나갈 계획입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