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 뒤인 8월 6일 김천에 갔습니다. 폭염경보가 나흘 연속 내려져 있던 상태였습니다. 낮 최고기온은 조금 내려가 36도였습니다. 서울에서 김천까지는 차량으로 3시간 넘게 걸렸는데 출발 당시 서울 기온은 30도, 김천은 36도, 엄청난 차이였습니다. 목욕탕에서 한증막에 들어간 느낌이었을까요. 시험삼아 온도계를 꺼내 재봤더니 39도가 넘었습니다. 인상적이라 사진도 찍었습니다.
이성우 대표 "지금 외부온도보다 훨씬 더 뜨거운 경우입니다. 이 집은 예전 슬레이트 집에다 그냥 판자만 얹은 형태이기 때문에 그대로 열이 전달돼서 안쪽에 계속 가열이 되는 거죠. 가열이 되면 열이 아래로 전도되는 상탭니다. 7,80년대에 지어진 집이라 당시에 단열 기준이 전혀 없는 상태에서 지어진 집이기 때문에 벽이 블록으로 돼 있어서 전혀 단열성이 없습니다. 외부의 뜨거운 열기가 그대로 다 들어오고요. 겨울 같은 경우는 차가운 냉기가 그대로 다 들어오죠. 그런 구조가 돼 있죠."
기자 "그럼 더위와 추위에 모두 취약하겠네요?"
이 대표 "네. 그렇죠. 임시방편으로 살기 위해서 지었던 집들이라 그런 쾌적함을 고려하지 않고 지은 집들이 많습니다. 열을 받았던 구조물들이 밤 사이에 식지 않고 계속 열을 뿜어내는 그런 축열 효과 때문에 방이 계속 뜨거운 것이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단열재라든지 이런 보강공사를 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건축물이 가지고 있는 축열기능이 밤늦게까지 계속 지속된다고 보는 거죠."
올해로 73살인 권 할머니는 이 집에서 20년을 혼자 살았다고 합니다. 41년 전인 32살에 소방관이던 남편이 사고로 숨져 화장품 장사를 하며 세 자녀를 키웠다고 했습니다. 자녀들을 다 떠나보내고 할머니 혼자 이 집으로 왔다고 합니다. 자녀들은 각자 살기 바쁘고 형편도 넉넉하지 않은데 할머니는 부양 의무자 기준 때문에 기초수급자가 되지 못했습니다. 슬레이트 지붕에서 비가 줄줄 새서 넉 달 전에 수리했습니다. 철거비용은 정부 지원을 받았는데 설치비용은 지원받을 수 없었습니다. 할머니는 고리의 빚을 내야 했고 그 빚은 매일 다니는 자활근로 사업장에서 갚고 있습니다. 단열공사는 하지 못했습니다.
할머니 "갑갑해서 숨이 턱턱 막힙니다. 어쩔 도리가 없어서 물 퍼붓고 좀 있다가 또 나가서 물 퍼붓고. 어쩌겠습니까. 물이라도 퍼부어야지. 잠도 잘 못 자요. 한 2시 되면 자려고 조금 낫다 싶어서 자려고 하는데 그런데 어째 잠이 살짝 들면 땀이 나서 깨는 거야.. 그래서 3시 되면서 깨면 더 자도 뭐하고 (일하러) 갈 준비를 하는 거야. 더워서 집에 있는 것보다 거기 가 있는 게 낫다 싶어서 일찍 가버립니다."
"...방바닥에 누워 잡니다. 여기가 좀 차갑거든요. 여기 누워서 좀 있다가 잠이 들려고 하면 그러다가 또 안 돼. 그러면 물 퍼붓고 그렇습니다. 나 죽겠어요, 이렇게 가다가 더위 먹어서 죽겠어."
방에는 못 보던 디자인의 에어콘이 있었습니다. 전기세 부담에 에어콘을 안 켜는 건가 싶어 물어봤더니 할머니는 "몇년 전에 누가 준 건데 고장 났어요. 어디 치울 수도 없어서 그대로 두고 있어요."라고 답했습니다.
할머니 방엔 창문이 하나 있지만 바로 앞에 광이 있어 바람길을 원천 봉쇄됐습니다. 창문 반대쪽 문은 화장실이었습니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문이 하나 더 있지만 그 문앞은 담으로 막혀 있었습니다. 지붕으로 받는 열은 계속 축열되고 바람은 통하지 않으니 열기가 빠져나갈 방법이 없습니다.
뜨거운 오후를 보내고 잠시 숨 돌렸다 저녁 상황을 보기로 했습니다. 저녁 7시 넘어 다시 할머니 집으로 갔습니다. 이번에도 이성우 대표와 동행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마친 할머니는 돗자리를 들고 집 밖으로 나갔습니다. 이웃집 할머니와 함께 밖에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얼마 뒤부터는 할머니 혼자였습니다. 모기에 시달리긴 했지만 밖이 시원하니 이렇게 나와 있는 게 낫다는 게 할머니 설명이었습니다.
할머니의 양해를 구해 이날밤 할머니의 수면 상태를 관찰 카메라를 통해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기자 "좀 주무셨나요?"
할머니 "아유, 조금 잤어요. 한 4시간이나 3시간 잤지 싶어요."
기자 "언제 일어나신 거예요?"
할머니 "더워서 깼어요. 3시 다 돼서."
기자 "밤에는 어떠셨어요?
할머니 "일어나가지고 저기 나갔다 와서 샤워하고. 나가서 또 좀 있다가 들어와가지고. 아이고, 더워서 못 자겠어요, 못 자겠어."
기온을 다시 재봤습니다. 바깥 기온은 이제 25도 정도, 열대야의 요건은 됐지만 38도까지 올라갔던 낮에 비하면 많이 식었습니다. 하지만 방안은 28도로 바깥기온보다 3도나 더 높았습니다.
이런 집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역시 이성우 대표의 답변입니다.
이 대표 "이런 가구 같은 경우엔 단열공사를 주로 하는데요, 될 수 있으면 외벽 단열을 통해서 건축물 자체를 감싸는 형태로 단열을 해놓게 되면 상당히 단열효과가 뛰어나고요. 그렇게 단열이 되었을 때 겨울 같은 경우도 외부의 따뜻한 열이 밖으로 빠져나가지 않는 효과를 보이기 때문에 외단열을 주로 권장해 드립니다. 천장 같은 경우도 지붕을 통해 내려오는 복사열 때문에 상당히 뜨거운데 만약 천장 단열을 하게 되면 단열재의 두께가 두꺼워지면 두꺼워질수록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있어서 기존보다 훨씬 더 시원하게 지내실 수 있는 거죠. 겨울에도 상당히 춥게 겨울을 나는 그런 상황이 만들어지게 됩니다. 그래서 단열이라는 부분이 이런 분들한테는 상당히 중요한 부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 그렇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2014년 국토교통부의 주거실태조사를 보면, 저소득층이 20년 이상된 노후 주택에 거주하는 비율은 56%에 이릅니다. 고소득층은 이 비율이 24%로 훨씬 낮습니다. 또 저소득층의 30% 가량은 30년이 넘은 주택에 살고 있습니다. 더위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환경에 거주하는 비율이 월등히 높은 겁니다. 더군다나 저소득층에게는 자신이 주거를 결정할 수 있는 선택의 폭이라는 게 거의 없고 금액에 맞춰서 거주공간을 결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 갑갑해서 숨이 '턱턱'…찜통으로 변해버린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