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 공간에 설치하는 대형 거울(space mirror)은 지구로 들어오는 햇빛을 반사시켜 지구 기온을 낮추는 역할을 할 수 있다. 성층권에 뿌리는 연무제는 화산가스나 화산재가 성층권까지 올라가 태양빛을 차단하는 것처럼 성층권에서 태양빛을 차단해 지상에 도달하는 태양에너지를 줄이는 역할을 할 수 있다.
구름에 응결핵 역할을 하는 아주 작은 입자를 뿌릴 경우 구름 입자가 더 많이 만들어지면서 구름이 지금보다 더욱더 하얗게 변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햇빛을 지금보다 더 많이 반사시킬 수 있게 된다. 지금까지 연구가 많이 진행된 부분은 바다에 떠 있는 층적운에 작은 소금물방울을 뿌린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과연 이런 방법들이 기술적으로는 가능한 것이고 경제적인 것일까? 온난화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원하는 만큼 식힐 수는 있는 것일까? 전 지구 차원에서 자연을 인공적으로 조절하는 것이 지구에 생각지 못한 또 다른 재앙을 초래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일단 기후 공학에서 제안하는 지구온난화 해결 방안들이 기술적으로 완전히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이미 기술적인 검토를 마친 방안도 있다. 뜨거워지는 지구를 어는 정도 식힐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경제적으로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미국 애리조나대학교 연구팀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의 지원을 받아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지구에서 150만km 떨어진 지구와 태양 사이의 우주 공간에 태양 빛을 반사시키는 거대한 거울을 설치할 경우 지구에 들어오는 태양에너지를 1.8% 줄일 수 있다는 결과를 내놓기도 했다.
지구온난화로 뜨거워지는 지구를 식히는 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양이다. 특히 이 우주거울은 25년 정도면 설치가 가능하고 비용도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0.5% 이하로 가능하다는 계산을 내놨다(Angel, 2006).
이 밖에도 해양 층적운에 작은 소금물방울을 뿌리는 방법과 바다를 비롯해 지표가 햇빛을 많이 반사시킬 수 있도록 바꿀 경우 실제로 지구를 식히는 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또 전 지구적인 강수량과 극지방 해빙, 해양 순한 등에 미치는 영향이 어느 정도나 되는지에 대한 연구 결과도 잇따라 발표되고 있다(Latham et al., 2012; Caldeira and Wood, 2008; Tilmes et al., 2013).
최근에는 지표면이 태양 빛을 보다 많이 반사시킬 수 있도록 바꾸는 방법 즉, 알베도(albedo)를 바꿔 지구온난화를 해결하자는 주장에 대한 평가가 학회에 발표됐다(Cvijanovic et al, 2015).
미국 스탠포드대학교와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Caltech), 로렌스 리버모아 국립연구소(LLNL) 공동연구팀은 온실가스 급증으로 지구온난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북극 주변 바다에 하얀 알갱이나 거품을 뿌려 알베도를 바꿀 경우 실제로 어떤 결과가 나타나는지 실험했다.
실험에서 연구팀은 북극 주변 바다의 알베도를 0.9로 가정했다. 알베도가 0.9라는 것은 들어오는 태양 빛의 10%만 흡수하고 90%는 반사한다는 뜻으로 해빙에 눈이 쌓여 있을 경우 나타나는 알베도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기후 공학적인 방법으로 검푸른 바다를 해빙에 눈이 쌓인 것과 비슷한 하얀 바다로 바꾸는 경우를 가정한 것이다.
북극 주변 바다의 알베도를 바꾸는 연구가 큰 주목을 받는 것은 북극 지역이 다른 지역에 비해 지구온난화가 급격하게 진행될 뿐 아니라 온난화로 해빙이 빠르게 녹아내리면서 북극한파를 비롯해 한반도나 북미지역 같은 중위도 지역의 날씨와 기후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특히 북극 주변의 기온이 크게 올라갈 경우 영구동토까지 빠르게 녹아내려 영구동토에 갇혀 있던 강력한 온실가스인 메탄이 대기 중으로 대량 방출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연구결과 극지방 바다를 하얀 바다로 바꿀 경우 흡수하는 태양 에너지가 줄어들면서 빠르게 녹아내리던 북극 해방을 상당부분 원상태로 회복시킬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구온난화가 지속될 경우 금세기 중반에는 여름철에 북극 해빙이 모두 사라질 가능성이 있지만 기후 공학적으로 하얀 바다를 만들 경우 해빙을 상당부분 유지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해빙이 남아 있는 만큼 북극 주변의 생태계 또한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 된다.
하지만 하얀 비다가 북극 주변 영구통토에 미치는 영향은 당초 기대만큼 대단하지는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바다를 하얗게 만드는 것만으로는 온난화로 영구동토가 녹아내리면서 방출되는 메탄가스를 막을 수 없다는 뜻이다. 또 북극 바다를 하얗게 만들 경우 미국을 비롯한 중위도 지역의 기후가 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얀 바다가 주변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아직 제대로 연구조차 되지 않은 상태다.
학자들이 할 일 없으니까 별 일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구온난화 해결에 기후공학적인 방안이 거론되는 것은 지구온난화 문제가 그 만큼 인류와 지구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의 주범은 인간 활동으로 배출되는 온실가스인 만큼 지구온난화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방법 또한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방법이다. 기후공학적인 접근은 근본적인 해결 방법이라기보다는 일종의 대증 요법이다.
초대형 반사용 거울을 단 우주선이 하늘을 가리고 성층권에는 인공 연무제를 살포하고 바다에서는 구름에 작은 소금물방울을 뿌리는 배나 비행기가 돌아다니고 검푸른 바다는 하얀 바다로 변한 세상, 기후공학적인 접근은 기본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비롯한 현재 시행하고 있는 지구온난화 억제 방안으로는 뜨거워지는 지구를 제대로 식히기 어렵고 특히 온난화를 해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위기 상황을 바탕에 깔고 있지만 온난화를 누그러뜨리지 못해 결국 기후공학적인 방법으로 온난화를 해결하려 하는 것이 과연 인류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인지는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참고문헌>
* Roger Angel, 2006: Feasibility of cooling the Earth with a cloud of small spacecraft near the inner Lagrange point (L1), Proceedings of National Academy of Sciences, DOI:10,1073/pnas.0608163103
* John Latham et al., 2012: Marine cloud brightening, Phil. Trans. R. Soc. A 370, 4217-4262, DOI:10.1098/rsta.2012.0086
* Ken Caldeira and Lowell Wood, 2008; Global and Arctic climate engineering: numerical model studies, Phil. Trans. R. Soc. A 366, 4039-4056, DOI:10.1098/rsta.2008.0132
* S. Tilmes et al., 2013: Can regional climate engineering save the summer Arctic sea ice, Geophysical Research Letters, DOI:10.1002/2013GL058731
* Ivana Cvijanovic, Ken Caldeira and Douglas G MacMartin, 2015:Impacts of ocean albedo alteration on Arctic sea ice restoration and Northern Hemisphere climate. Environmental Research Letters, DOI:10.1088/1748-9326/10/4/044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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