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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정부가 적은 '영어 연설문' 보니…교묘한 말 장난

<앵커>

이렇게 과거를 똑바로 보고 사죄하라는 국제사회의 압력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사죄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있습니다. 그런데 일본 정부가 영어로 옮긴 연설문에는 마치 사죄한 것처럼 되어 있습니다. 교묘한 말장난입니다.

도쿄 최선호 특파원이 취재했습니다.

<기자>

그제(22일) 반둥정상회의 때, 아베 총리 연설입니다.

[아베 신조/일본 총리 : 국제분쟁은 평화적 수단으로 해결한다는 반둥회의의 원칙을, 일본은 앞선 전쟁에 대한 깊은 반성과 함께 (지켜나가겠습니다.)]

일본 정부는, 이 '깊은 반성'을 영문으로 '깊은 자책, 속죄'를 뜻하는 'deep remorse'라고 옮겼습니다.

영문만 보면 지난 95년 무라야마 담화의 '통절한 반성'과 같습니다.

'침략과 식민지배를 반성하고 사죄'한 무라야마 담화에서, 앞뒤 자르고, 같은 영어 단어만 가져온 겁니다.

"고노 담화, 무라야마 담화 등을 전체로서 계승한다"라는 표현도 영어로는 '통째로'를 뜻하는 단어로 옮겼지만, 아베 총리는 사죄라는 표현은 빼고 뭉뚱그려 반성이라고 해왔습니다.

일본군 위안부를 '인신매매 행위'로 표현하고, 'human trafficking'으로 번역한 것도 마찬가집니다.

미 국무성이 쓰는 'human trafficking'은 강제 동원을 강조하는 말이지만, 일본의 '인신매매'는 '민간업자 행위'임을 강조하려는 선택입니다.

한국과 중국을 향한 사과가 아니라 미국 들으라는 연설인 셈인데, 일본 언론은 세심한 영어 표현이라며 치켜세웠습니다.

아베 총리는 다음 주 미 의회 연설도 영어로 할 예정이어서 미국 의원들이 그 이중성을 간파하기란 쉽지 않아 보입니다.

(영상취재 : 한철민·박용준)    

▶ "과거사 직시해야"…아베에 편지 보낸 美 의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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