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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공들이는 아베…방미 때 미군 포로 출신 만찬 초대

역사인식 우려 없애기 제스처…군위안부 피해자 외면과는 대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태평양 전쟁 중 일본군에게 포로로 붙잡혔던 퇴역 미군을 이달 말 미국 방문 때 예정된 만찬에 초대했다고 아사히(朝日)신문이 23일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태평양 전쟁 때 필리핀 루손섬 바탄 반도를 공격한 일본군에게 붙잡혔다가 살아남은 미군 포로로 구성된 단체의 대표인 레스터 테니(95) 아리조나 주립대 명예교수는 아베 총리가 이달 29일 워싱턴에서 열 예정인 만찬에 초대받았다.

그는 "총리의 초청을 받아 매우 영광이다"며 참석하겠다는 뜻을 아사히신문에 표명했다.

테니 명예교수는 전쟁 당시 일본군이 바탄 반도에서 붙잡은 미군과 필리핀군 포로 등 수만 명을 폭염 속에서 약 100㎞가량 걷도록 강요해 많은 사망자를 낸 이른바 '바탄 죽음의 행진'을 겪었고 이를 바탕으로 책을 낸 인물이다.

그는 포로생활 중 강제 노역을 배상하라고 일본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고 일본 민주당 정권 시절인 2010년 일본 정부의 초청으로 도쿄를 방문해 오카다 가쓰야(岡田克也, 현 민주당 대표) 당시 외무상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아베 총리가 테니 명예교수를 식사에 초대하는 것은 전쟁 중 일본군이 미국에 저지른 잔학행위에 관해 유감 또는 사과의 뜻을 우회적으로 표시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일본이 미국을 상대로 벌인 전쟁에서 고통받은 상징적 인물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함으로써 야스쿠니(靖國)신사 참배 등에서 드러난 자신의 역사 인식이나 8월에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를 두고 나오는 미국 사회의 우려를 잠재우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이는 최근 일본 정부가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대하는 태도와는 극명하게 대비된다.

아베 정권은 피해자의 고통과 상처에 보듬기보다는 '잘못된 사실이 알려져 일본의 명예가 훼손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관점에서 '동원된 위안부의 규모에 관한 숫자가 정확하지 않다', '당시에 군이나 관헌에 의한 강제 연행이 있었음을 보여주는 문서가 없다'는 등의 주장을 전파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앞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시도가 있었으나 현재는 일본 정부 차원의 노력이 정체·퇴보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내각에서는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당시 관방장관이 1993년 8월 4일 이른바 '고노담화'를 발표해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했으며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총리가 재임한 1995년에는 아시아여성기금이 설립돼 금전 지급, 총리 사죄문 전달을 비롯한 피해자 지원 활동이 시작됐다.

아시아여성기금의 설립·운영·사업에는 일본 정부 예산과 일본 국민을 상대로 모금한 돈이 투입됐으며 한국에서는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의 배상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시도'라는 비판으로 큰 호응을 얻지 못한 채 종결됐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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