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고…자살 결심' 8천 원어치 빵 훔쳐먹은 50대 가족 품으로

경찰이 자살을 결심하고 배회하던 중 배가 고파 빵을 훔쳐먹은 50대를 검거, 가족의 품으로 인계했습니다.

전남 여수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전 8시 50분 여수시 한 커피숍 출입구에 배달된 빵과 우유를 누군가 훔쳐갔다는 신고가 접수됐습니다.

절도범은 커피숍에서 팔려고 주문해 배달된 빵 중에서 베이글 몇 개와 우유만을 들고 사라졌습니다.

경찰은 CCTV 화면을 분석해 절도범의 모습을 확인한 뒤 추적 끝에 1주일 만인 어제(20일) 아침 인근 공원 벤치에서 바다를 쳐다보는 최 모(58)씨를 검거했습니다.

1시간여 조사 후 경찰관과의 30여분간 면담에서 최 씨는 딱한 사정을 털어놨습니다.

최 씨는 10년 전 이혼 후 충남 천안에서 혼자 노동일을 하며 지내다가 최근 4개월치 임금 1천만 원을 받지 못한 상태에서 자살을 결심했습니다.

몇 차례 다녀간 적이 있는 여수로 온 최 씨는 자신의 흔적을 감추려고 신분증이 들어 있는 지갑을 바다에 던졌습니다.

삶의 의지를 잃어 방황하던 그는 관광객이 버린 음식물을 주워 먹으며 노숙해왔다고 말했습니다.

훔친 빵을 나눠 세끼를 해결하기도 했습니다.

사연을 들은 강력팀 박경도(45) 경사는 "아파도 꿋꿋이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은데 왜 독한 마음을 먹느냐. 형편은 어렵지만, 몸은 건강하지 않느냐"고 최 씨를 다독였습니다.

박 경사는 천안으로 가는 열차표를 끊어줘 최 씨를 아들에게 돌아가도록 했습니다.

최 씨의 아들은 경찰에 전화해 "아버지를 살려줘 고맙다"고 인사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경찰은 최 씨를 즉심에 넘길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지 처리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