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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분오열' 여권…비박 "식물총리", 친박 '숨고르기'

'성완종 리스트' 파문의 중심에 선 이완구 국무총리의 거취를 놓고 여권이 사분오열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권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 핵심부를 겨냥한 이번 파문에 비박(비박근혜)계 는 연일 총공세를 펴고 있습니다.

수세에 몰린 친박계는 박근혜 대통령의 남미 순방 기간 '숨 고르기'에 들어갔습니다.

충청권 의원을 중심으로 비박계에 대한 반발 기류도 거셉니다.

일단 당 지도부는 박 대통령과 김무성 대표의 청와대 회동으로 사태의 전개가 정치권에서 당분간 진정국면에 들어갔다고 판단, 대통령 순방 기간 언급을 최대한 자제할 것으로 보입니다.

김 대표는 오늘(17일) 광주 서구 서창농협에서 열린 4·29 재보궐선거 정책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회동 발표문 내용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날 청와대 회동에서 이 총리 경질로 가닥이 잡혔다는 주장에 대해 즉답을 피했습니다.

그러면서 "그 문제(성완종 파문) 때문에 조금 어려운 점은 있지만, 극복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며 지도부 차원에선 이번 파문이 재보선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할 방침임을 시사했습니다.

이 총리의 거취 등과 관련해 '당내외에서 분출되는 여러 의견'을 박 대통령에게 가감 없이 전달한 만큼, 최종 결정권을 쥔 박 대통령이 귀국할 때까지 당분간 검찰 수사와 여론의 추이를 지켜보면서 당면 과제인 재보선에 집중하겠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비박계를 중심으로 한 비주류 의원 사이에선 이 총리가 하루빨리 물러나야 한다며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습니다.

이 총리가 물러나는 것보다 총리직에 머물러있는 게 오히려 더 국정공백을 키운다는 논리입니다.

김용태 의원은 "이 총리는 총리로서의 권위도, 정당성도, 실효성도 상실한 '식물총리'가 됐다"며 "수사 대상인 이 총리가 대통령을 대신해 국정을 지휘하는 것이야말로 심각한 국정공백 상태"라고 비판했습니다.

이재오 의원은 라디오에서 박 대통령을 향해 "'나와 가까운 사람들이 이런 혐의에 올라 국민에게 참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얘기를 하시는 게 국민 정서에 부합하는 것 아니냐"며 "이걸 강 건너 불 보듯 해서야 되겠느냐"고 쓴소리를 했습니다.

이 같은 당내 일각의 정서와 이 사태에 부정적인 여론을 고려하면 새정치민주연합이 이 총리 해임건의안을 제출할 경우 상당한 '이탈표'가 나와 통과되거나, 부결되더라도 여권이 비난 여론을 감수하게 되는 진퇴양난의 상황을 우려하고 있습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라디오에 출연해 "여당에서 이탈표가 있으면 해임건의안이 의결되지 않겠느냐"며 "또 통과되지 않으면 여당 때문에 통과가 안 됐다고 할 것이라 야당 입장에선 '꽃놀이패'"라고 말했습니다.

이재오·김용태 등 비박계 의원들의 이 총리 사퇴 공세에 대해 지역적 기반을 공유하는 당내 충청권 의원들은 극렬하게 반발하는 모습입니다.

이장우 의원은 "충청 출신 총리가 일 좀 열심히 해보려고 하는데 성 전 회장의 '물귀신 작전'에 걸려든 것"이라며 "특히 이재오 의원 등의 여러 발언과 행태에 대한 충청권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태"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김태흠 의원도 "(이 총리가) 자기 입장에선 그렇게 억울하고 목숨까지 내놓겠다는데 사퇴하라는 건 '총질' 아니냐"며 "실체가 밝혀진 것도 없는데 덮어놓고 나가라니 참 나쁜 사람"이라고 이재오 의원 등을 맹비난했습니다.

성완종 파문으로 궁지에 몰린 친박계는 최대한 노출을 자제하면서 사태의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입니다.

박 대통령이 "순방을 다녀와서" 이 총리의 거취를 결정하겠다고 한 만큼 숨 고르기에 들어가 전열을 정비하겠다는 것입니다.

익명을 요구한 친박계 재선 의원은 "곧 검찰 수사에서 진실이 밝혀질 텐데 정치권에서 이러쿵저러쿵하는 건 적절치 않다"며 "리스트에 오른 당사자들도 숨을 돌릴 틈은 줘야 하지 않느냐"고 말했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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