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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계단 내려가는 할머니…'엄마'라는 이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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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라북도 전주시에는 계단을 거꾸로 내려가는 할머니가 있습니다. 바로 내려가는 것보다 시간도 훨씬 많이 걸리고 발 밑도 제대로 볼 수 없어 넘어질 위험도 더 크지만 매번 거꾸로 내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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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71세이신 이인례 할머니는 하루에도 몇 번씩 이렇게 계단을 오르내립니다. 굳이 하루에 몇 번씩을 위험을 감수하면서 거꾸로 계단을 내려가는 이유는  아픈 무릎 관절 때문입니다. 그런데 고통 때문에 똑바로 내려가지도 못하는 계단을 끊임없이 올라야 하는 이유는 또 뭘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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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김을 말리기 위해서입니다. 쉽고 편한 건조기에 말릴 법도 한데 할머니는 자연 건조를 고집합니다. 꼭 무명천을 씌운 후 3일 동안 자연 건조해야 한다는 겁니다. 3일을 말리는 동안 잘 마르고 있는지 살펴야 하고 또, 마른 김은 또 거둬들여야 하고.. 할머니가 하루에도 몇 번을 옥상에 올라가야 하는 이유는 김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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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리는 것도 까다로운 이 김은 옥상에 올라가는 것도 그냥 올라가는 게 아닙니다. 배를 우려낸 간장으로 양념을 만들고, 3~4장씩 나눠 일일이 주걱으로 양념을 바르는 아주 '귀찮은' 작업을 거쳐야만 합니다. 선별부터 건조까지 나흘은 족히 걸리는 이 작업 기간 동안 할머니는 옥상을 수시로 오르락 내리락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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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를 괴롭힌 이 김이 쓰이는 곳은 도대체 어딜까요? 임금님 상에도 올라갈 법한 정성이 들어간 이 김이 쓰이는 곳은'고명'입니다. 할머니가 파는 메밀국수에 올라가는 ?그냥 '고명'입니다. 메밀국수를 팔기 위해서 면, 육수, 반찬 등 신경 쓸 게 한 두 가지가 아닐 텐데 고집스럽게 '고명 김'을 만들자고 고통을 참고 계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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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이 이런 데 다른 메인 재료들에 대한 정성은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죠? 대나무 진액이 섞인 메밀면과 역시 자연건조를 한 해물로 만든 육수, 콩을 삶은 물로 반죽한 면 등등 메밀국수 한 그릇에 담긴 할머니의 정성은 대단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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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이렇게 40년을 한결같이 메밀국수 만들기에 바쳤습니다. 반 평생을 오로지 메밀국수에 바친 이유는 자녀들 때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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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애 / 첫째 딸 : 육수 만드는 날은 새벽 4시 반엔가 집에서 나갔는데도 밥 다 해 놓고 국 다 끓여 놓고 갔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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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남편을 잃고 혼자가 된 이인례 할머니. 홀로 5남매를 키우기 위해 메밀국수 장사를 시작했고, 손님들이 찾는 더 맛있는 메밀국수를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법을 고집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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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메밀국수를 만들고자, 아픈 다리에도 하루에 몇 번씩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고집하는 이인례 할머니. 71세의 나이도 꺾지 못한 '계단 오르내리기'그 원동력은 바로 엄마라는 이름이었습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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