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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선택한 남자', 울리 슈틸리케

슈틸리케
월드컵 16강 실패.  유력 감독들의 잇단 감독직 거절.
슈틸리케
심각한 호흡 곤란에 힘겨워하고 있던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에 인공호흡기 하나를 달아준 남자가 있습니다.
슈틸리케
슈틸리케
그는 바로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울리 슈틸리케(Uli Stielike)'입니다. 대한민국의 새 사령탑이 된 그가 요새 축구가 아닌 리더십의 아이콘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치, 경제, 사회 각 분야에서 잘 나간다는 사람들이 '슈틸리케', '슈틸리케' 하고 다닙니다. 그의 리더십을 닮아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도대체 무엇이 슈틸리케를 리더십의 아이콘으로 만들었을까요?


'억지로 동기를 부여하지 않고, 스스로 느끼게 한다'

경기에 출전하는 선수들의 각오는 비장하기 마련입니다. 우리 팀이나 상대 팀이나 경기장에서 지고 싶어 하는 선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들의 승리에 대한 열망에 하나를 더 더했습니다. 조금 특별한 방법으로 말입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떻게 했을까요?
슈틸리케
호주와의 아시안컵 결승전 직전, 그는 선수들에게 영상 하나를 보여줬습니다.
슈틸리케
슈틸리케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뛰는 모습을 보면 너무 자랑스러워요"
슈틸리케
"일본인이냐고 물어볼 때도 있고..."
슈틸리케
그가 선수들에게 보여줬던 영상은 호주 교민들이 대표 팀에 전하는 응원 메시지였습니다. 이 영상은 슈틸리케 감독의 아이디어로 제작됐습니다. 그는 승리에 대한 열망은 물론, '경기장에서 끝까지 뛰어야 하는 이유'를 선수들이 스스로 느끼도록 한 겁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억지로 동기를 부여하거나 반복적인 강조로 머리에 새기는 대신, 선수들 스스로 '경기장에서 끝까지 뛰어야 하는 이유'를 느끼게 했습니다.
슈틸리케
[기성용/축구 국가대표 주장, 미드필더
"비디오를 선수들에게 보여주면서 '우리가 결승전에서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를 다시 한 번 각인시켜줬으면 좋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
슈틸리케
[곽태휘/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저는 (동영상) 장면을 볼 때마다 뭉클뭉클해요. 뭉클뭉클하고... 저만이 느끼는 그런 게 있는 것 같습니다"]

대표 팀 선수들은 이렇게 말합니다. 대한민국 대표 선수라는, 나라를 대표해서 축구를 한다는, 국민들을 위해서 뛴다는 의미를 좀 더 가슴에 새기게 됐다고 말입니다.


'허물은 없지만 믿음이 탄탄한 소통' 
슈틸리케
슈틸리케
슈틸리케 감독이 우리나라에 처음 왔을 때 선수들의 마음은 차갑게 식어 있었습니다. 불신의 벽도 높았습니다. 게다가 슈틸리케 감독은 언어와 문화의 장벽도 넘어야 했습니다. 오해와 갈등이 없을 수가 없었습니다.
슈틸리케
그러나 그는 닫힌 선수들의 마음을 열었습니다. 그동안 지시하기 바빴던 감독과 선수들의 대화 룰을 깬 겁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어떻게 했을까요?
슈틸리케
[기성용/ 축구 국가대표 주장, 미드필더
"감독님이 독단적으로 '이렇게 해라' 하기보다는 선수들에게 이러이러한데 너희들의 생각은 어떠냐
감독님께서 편하게 먼저 물어봐 주시니까 선수들도 가서 얘기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아무래도 감독님의 차별화된 의사소통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은 독단적으로 지시하기 보다 선수들에게 의견을 물었습니다. 선수들은 의견을 묻는 감독이 낯설었습니다. 하지만 서서히 자신의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그렇게 슈틸리케와 선수들의 의사소통은 긴밀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슈틸리케 감독만의 소통 방식은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빛을 발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슈틸리케
대한민국 대표 팀은 1:0으로 호주에 지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반 종료 3분을 앞두고 슈틸리케 감독은 선수를 교체합니다. 절체절명의 순간에 극적인 동점골을 넣을 구세주를 투입하겠거니 하는 순간, 수비수 곽태휘가 전방으로 뛰어갑니다. 그것도 최전방에 혼자 서있는 원톱으로 말입니다. 시청자들은 슈틸리케 감독의 용병술에 놀랐고 결과를 걱정스러워했습니다.
슈틸리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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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전략은 기적을 불러왔습니다. 경기 종료 직전 동점골이 터진 겁니다. 그런데 모두를 전율케했던 슈틸리케 감독의 전술은 놀랍게도 곽태휘의 손짓에서 나왔습니다.
슈틸리케
[곽태휘/ 축구 국가대표 수비수
"뭐라도 해가지고 우리가 결승전인데 이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래서 제가 '내가 저기로 올라가겠다' 이런 식으로 제스처를 보낸 거죠.
그런데 감독님의 오케이 승인이 떨어져가지고 공격수 위치로 올라갔습니다"]

수비수가 공격을 하겠다는 상상하기 힘든 주문을 감독에게 직접 했지만, 슈틸리케는 그 선수의 의견을 존중했던 것입니다. 
슈틸리케
27년 만에 우승을 노렸던 아시안 컵은 준우승이란 기록을 남기고 아쉽게 끝났습니다. 하지만 우리 대표 팀 선수들의 절실함은 그 어느 대회보다도 크게 느껴졌습니다.
슈틸리케
선수들의 아쉬움에 가득 찬 눈물은 월드컵, 올림픽에서 보았던 눈물 못지않게 뜨겁고 굵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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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틸리케 리더십이 주목을 받는 이유는 대표 팀의 우수한 성적 때문이 아니라 선수들의 절실함을 마음으로 일깨워 주었기 때문일 겁니다.

(SBS 스브스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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