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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보험설계사 사기 계약시 보험사도 배상책임"

법원 "보험설계사 사기 계약시 보험사도 배상책임"
유명 보험회사에 소속된 보험설계사가 가짜 보험계약서를 쓰고 보험금을 빼돌리는 수법으로 사기를 쳤다면 보험회사도 배상 책임이 있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26부는 김 모 씨와 그의 부모 등 3명이 삼성생명보험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피고는 원고들에게 모두 2억 천6백여만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습니다.

김 씨 가족은 지난 1996년 말부터 지난해 3월까지 17년 동안 삼성생명 소속 보험설계사로 일한 변 모 씨에게 사기를 당했습니다.

변 씨는 2008년 4월 김씨 가족의 서명을 받아 삼성생명의 보험상품 계약서를 쓰고 2013년 5월까지 모두 5억 5천만 원을 받아 가로챘습니다.

변 씨는 김 씨 가족이 보험료를 낼 때마다 자신이 꾸민 영수증에 회사 대표이사 직인을 오려 붙이는 수법으로 가짜 영수증을 21차례 만들어 건넸습니다.

이런 사기 사실이 드러나면서 변 씨는 지난해 말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습니다.

김 씨 등은 삼성생명 소속 보험설계사인 변씨가 이 회사의 보험을 모집한다고 속여 손해를 끼쳤으므로 회사 측이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삼성생명 측은 변씨가 실제로 보험을 모집한 것이 아니므로 보험사의 배상 책임이 있는 '모집행위'에 해당하지 않고, 김씨 등에게 사기를 알아차리지 못한 과실이 있으므로 회사의 배상 책임이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재판부는 대법원의 판례를 들어 "보험업법상 '모집행위'란 실제 모집이 아니라도 그 행위를 외형적으로 관찰할 때 모집행위의 범위 내에 속하는 것 같이 보이는 행위도 포함한다"고 판시했습니다.

그러면서 "변 씨가 회사의 양식으로 된 허위의 보험계약청약서를 작성하게 하고 회사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회사 명의로 된 영수증을 작성해 준 뒤 보험료를 받는 등의 행위는 외형상 모집행위로 보일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 "이 사건에서 변씨의 행위가 오인될 만한 외형을 갖춘 점이나 피고가 주최하는 VIP 고객 골프대회에 원고들이 초대받기도 한 점 등을 볼 때 원고들의 중대한 과실로 허위를 알아채지 못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습니다.

재판부는 다만, "원고들이 보험증권과 약관을 받지 않은 점, 거액의 보험료를 납부하면서 보험사 계좌로 이체한 것이 아니라 변 씨의 개인 계좌로 이체한 점 등을 고려해 보험사의 배상 책임을 손해액의 50%로 제한한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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