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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안젤리나 졸리의 난소 제거 수술, 의학적으로 존중돼야"

대담 : 홍혜걸 의학박사

▷ 한수진/사회자:

미국 영화배우 안젤리나 졸리, 다들 아시죠? 최근 암 예방 차원에서 난소와 나팔관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서 또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안젤리나 졸리는 이미 2013년에 양쪽 유방을 잘라내기도 했다고 하는데요. 유전성 유방암, 또 난소암을 예방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자세한 내용을 좀 살펴볼까요. 홍혜걸 박사와 함께 알아보겠습니다. 홍 박사님, 안녕하세요.

▶ 홍혜걸 의학박사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아니 우리 수술하면 다 좀 끔찍하게 생각하는데, 이 대단한 배우가 왜 이런 끔찍한 수술을 받아야 했을까요?
 
▶ 홍혜걸 의학박사

네. 그게 이제 의학적으로 'BRCA'라는 돌연변이 유전자를 졸리가 갖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유전자는 유방암과 난소암을 잘 일으키는데요. 없는 사람에 비해서 유방암은 5~8배 많이 발생하고 난소암은 20~25배가량 많이 발생하게 만들죠. 알다시피 암이 이제 두 가지 원인으로 크게 해석을 하잖아요. 하나는 환경이고 이제 나머지가 유전입니다.
 
버트런드 러셀이라고 노벨상 받은 분 있잖아요. 이 분은 매일 담배를 피웠던 체인 스모커(chain-smoker, 줄담배 피우는 사람)였지만 98세까지 장수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해석하기를, 이 분의 폐 점막에는 담배 연기에 저항하는 그런 유전자가 있기 때문이다.라고 해석을 하죠.
 
근데 거꾸로 얘기하면 나쁜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면 우리가 후천적으로 아무리 조심해도 암에 걸린다는 경우죠. 이게 바로 졸리가 갖고 있는 'BRCA'라는 유전자입니다. 실제로 졸리를 보면 외할머니가 45세 때 난소암으로 죽었고요. 이모가 유방암으로, 또 어머니가 난소암으로 각각 50~60대 때 사망한 그런 아픔이 있습니다.

이 유전자는요, 50%의 확률로 자녀들에게 대물림되기 때문에, 그래서 아마도 본인에게 이런 암이 생기기 전에 장기를 잘라내는 이런 수술을 받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겁나긴 하겠어요. 보니까 외가 쪽이 다들 있네요? 난소암, 유방암.. 근데 유방암이나 난소암은 전부 이 'BRCA'라고 하셨나요? 이 유전자가 관여를 하는 건가요?

▶ 홍혜걸 의학박사

그건 또 아닙니다. 그러니까 전체 유방암이나 난소암에서 많아야 한 10% 정도만 이 유전자가 관여하는 걸로 돼있습니다. 그러니까 나머지 90%의 유방암이나 난소암은 여전히 유전자와 상관없이 고지방식이라든지 우리가 알고 있는, 일반적인 의미의 암이죠, 환경적 요인의 암으로 해석을 하고 있습니다.

또 중요한 건요, 이 BRCA가 있다고 해서 전부 다 유방암이나 난소암에 걸리는 것도 아닙니다. 아까 제가 환경을 말씀드렸습니다만 유전자가 있어도 유방암은 20% 정도는 안 걸리는 분이 있습니다. 평생. 또 난소암은 60% 정도는 있는데도 불구하고 안 걸리는 경우가 있다는 얘기죠. 그러니까 이 암이라고 하는 것, 의학이라고 하는 건 뭐 '1 더하기 1은 2다' 이렇게 딱 산술로 떨어지는 건 아닙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니 그럼, 졸리처럼 절반 정도 확률로 아직 암에 걸리지 않고 멀쩡한 가슴, 또 이 난소 제거하는 거. 이거 좀 무모한 거 아닌가요?

▶ 홍혜걸 의학박사

그러게요. 실제로 그런 의료계의 비판이 있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게 확률과 선택의 문제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가족성 용종증'이라는 유전성 대장암이 있습니다. 근데 이거는요, 대장 안에 수백 개의 용종이 마치 좁쌀처럼 쭉 깔리는 병인데요.
 
이것은 100% 내버려두면 대장암이 생깁니다. 100%. 예외가 없죠. 그래서 이런 병을 갖고 있는 분은 예방 목적으로 대장 전체를, 암이 생기기 전에 미리 잘라내는, 그런 수술을 받도록 교과서에 나와 있습니다. 100%이니까요.

근데 졸리는 이게 절반보다 약간 높은 정도 확률인데 이럴 때 유방·난소를 제거하는 게 옳은가. 이 부분에 대해서는 의사들끼리도 찬반양론이 엇갈려요. 예컨대 갑상선암이 많이 생긴다고 멀쩡한 갑상선을 잘라내도 되느냐. 그건 아니잖아요. 근데 저는, 이 모든 선택이 의사나 또는 사회 여론이 아니라 환자 본인이 내리는 게 옳다고 저는 생각을 합니다.

어떤 경우는요, 몸의 장기를 일부러 제거하는 수술이 자연스럽지 않죠. 물론. 근데 진화가 항상 완벽하게 진행되는 건 아닙니다. 그러니까 장기 가운데는요, 없는 게 오히려 이로울 수도 있다는 얘기죠. 있는 것보다.
 
제가 한 번 예를 들어볼까요?

▷ 한수진/사회자:

예.

▶ 홍혜걸 의학박사

'충수돌기'라고 아시죠? 맹장. 또는 사랑니. 이런 거는요. 일부러 제거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오히려 있으면 맹장염 일으키고, 사랑니도 중요한 일할 때 아프면 골치 아프거든요. 그래서 미리미리 제거하는 그런 수술을 권유하기도 하잖아요.
 
유방도 어떤 의미에서는 이제 자녀들의 모유 수유가 끝났다면 원래 기능을 수행한 것이라고 볼 수 있고요. 또 유방암은 미세전이를 잘 일으킵니다. 그래서 일찍 발견해도 잘못하면 숨질 수가 있단 말이죠. 또 난소의 경우도 졸리의 나이가 현재 마흔이잖아요? 폐경 때까지 10년만 여성호르몬제의 도움을 받는다면 의학적으로 크게 문제될 건 없다고 보는 거죠. 그래서 이런 유방이나 난소, 물론 태어난 장기를 그대로 잘 보존하면 제일 좋지만 불가피할 땐 수술로 떼어낼 수도 있다라는 게 제 생각이죠.

▷ 한수진/사회자:

더구나 외가 식구들이 다 이렇게 일찍 숨졌으니까요. 관련한 암으로. 뭐 고민이 좀 클 거 아니겠어요? 본인이 참 고민을 많이 했을 거라고 보네요.

▶ 홍혜걸 의학박사

네.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졸리 선택을 존중해야 한다라고 생각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근데 박사님, 어때요? 이거 우리나라에서도 졸리 같은 사례가 있을까요?

▶ 홍혜걸 의학박사

이게 BRCA 양성을 가진 여성들이 난소를 제거하는 경우는 제법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받는 수술은 건강보험 적용도 받습니다. 근데 유방까지 제거하는 경우는 제가 알기로는 굉장히 소수로 알고 있고요. 그건 아무래도 뱃속의 난소는 떼어내도 흔적이 안 남잖아요. 근데 유방은 겉으로 드러나는 여성성이기 때문에 이걸 수술로 제거하는 데는 심리적인 부담이 큰 것으로 그렇게 해석을 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근데요. 무엇보다도 궁금한 게 저는 이런 유전자 검사하는 거, 우리도 가능한 건가요? 제가 이런 유전자가 있는지 없는지.

▶ 홍혜걸 의학박사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현재기술로. 혈액검사 하면 되고요. 근데 이게 보험을 받지 못하는 경우는 매우 비쌉니다. 한 번 검사하는데 100~200만 원 내야 하니까요. 그리고 이 유전자가 굉장히 드뭅니다. 졸리 같은 경우가. 아직 공식적인 조사는 없습니다만 추산키로는 여성 500~1000명 당 1명 정도 아마 이 유전자가 있을 거다, 이렇게 해석을 하니까 모든 여성이 다 받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래서 40세 이전의 젊은 여성에게 발생하는 유방암이라든지, 아니면 부모, 자녀나 자매, 자기 언니나 동생 가운데 나도 유방암인데 자녀 가운데에도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있다라든지 이런 경우는 이 유방암과 난소암은 이 BRCA 유전자가 관여할 경우가 크기 때문에 이때는 꼭 검사를 받아보셔야 하고, 이런 경우에는 건강보험 적용을 받으니까 굉장히 싸게 받을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분들 경우에는 또 건강보험까지도 적용이 가능하다는 거예요?

▶ 홍혜걸 의학박사

네. 그때는 전체 비용의 5%만 본인부담감을 내면 되니까요. 이런 경우에 해당되는 분들은 꼭 받아보시기 바랍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경우라는 게 아까 말씀하신 두 가지인 건가요, 그러면?

▶ 홍혜걸 의학박사

네. 주로 그렇죠. 40세 이전의 젊은 여성에게 발생을 하고, 그 다음에 이제 2촌 이내, 어머니라든지 딸이라든지, 아니면 자매 가운데 유방암이나 난소암이 나도 있는데 2촌 이내에도 또 있다. 이런 경우에는 이 유전자가 강력히 의심이 되고, 그때는 이제 검사 비용이 보험이 적용이 된다는 얘기죠.

▷ 한수진/사회자:

그렇군요. 하여튼 국내에서도 이런 검사를 받을 수 있다는 말씀이시고요. 이 수술이 꼭 필요하냐에 대해서는, 박사님은 앞서서는 '환자의 선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하는 말씀을 했어요.
 
▶ 홍혜걸 의학박사

네네.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이런 상황이라도 정말 많이 고민이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수술이라는 게 겁나거든요. 상당히 겁나요.

▶ 홍혜걸 의학박사

근데 이 분들이 생명을 잃을 순 없잖아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유방암은 조기 발견해도 미세 전이가 잘 되고요. 또 난소암 같은 경우도 내시경처럼 이렇게 뚜렷한 조기발견 수단이 없기 때문에, 이게 꼭 과격한 수술이다. 이렇게 볼 수만은 없다라고 생각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아. 유방암 같은 경우는 조기 발견해도 전이가 잘 되는 거군요.

▶ 홍혜걸 의학박사

그렇습니다. 그런 경우가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난소암 같은 경우는 조기발견 자체가 지금 쉽지가 않다는 말씀이시고, 이럴 경우에는 한 번쯤 고려해볼만한 수단이다.

▶ 홍혜걸 의학박사

네. 그렇습니다. 특히 졸리 같은 경우는 임신이나 수유를 해야 하는 것도 아니고요. 또 중년 이후니까 말이죠. 난소의 기능이 어차피 나이 50 정도 되면 정지하잖아요. 그러면서 이제 폐경이 오기 때문에 이런저런 상황을 다 이렇게 감안한 선택이 아닌가 싶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예. 그렇군요. 안젤리나졸리의 경우를 보면서 '이건 우리나라에는 설마.' 했는데 이게 또 의학계에서는 벌써 이런 이야기들이 많이 있었군요.

▶ 홍혜걸 의학박사

그렇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알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듣도록 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홍혜걸 의학박사

네. 감사합니다.

▷ 한수진/사회자:

홍혜걸의 메디컬이슈, 홍혜걸 박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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