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버스 차고지서 기사들 밤샘 도박'…운영자 구속

전세버스 차고지에 불법 도박장을 차려 도박자금을 고리로 빌려준 일당과 이곳에서 밤샘 도박을 한 기사들이 줄줄이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광역수사대는 수도권 일대 전세버스 차고지에 컨테이너 도박장을 개설하고, 도박자금을 고리로 빌려줘 최대 연 1천825%의 이자를 챙긴 혐의(도박개장 등)로 현모(51)씨 등 3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경찰은 또 이 도박장에서 도박을 한 혐의로 민모(51)씨 등 전세버스 기사 30명을 포함해 모두 3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친구 사이인 현씨 등 주범 3명은 지난 2012년 1월부터 작년 6월까지 경기 부천과 서울 양천구 전세버스 차고지 3곳에 휴게실 명목으로 컨테이너를 빌린 뒤 도박장을 운영해왔다.

이들은 출퇴근 전후 차고지에 모인 기사들을 도박장으로 유인해 도박 참가자들에게 시간당 1만원의 사용료를 받았고, 도박자금 15억원 가량을 빌려줘 연이율 최대 1천825%의 이자를 받아 수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챙긴 것으로 드러났다.

도박판에는 주로 4∼7명이 참여해 판돈은 적게는 200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대까지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도박자금을 갚지 못해 자신이 운행하던 버스를 통째로 빼앗긴 사람도 있었다.

현씨 등은 A여행사 소속 기사 민씨가 지난 2013년 11월 두 차례에 걸쳐 빌린 도박자금 3천800만원을 갚지 않자 민씨가 몰던 회사 소유 버스 열쇠를 빼앗아 버스 GPS를 떼고 인적이 드문 물류센터나 주차장 등에 1년여간 은닉했다.

도박장에서는 오후 8시께부터 다음날 오전 3∼4시까지 '바둑이'나 '폭탄세븐오디' 등 도박이 이어졌다.

퇴근 후 밤새 도박을 하고 다음날 아침 바로 출근해 통근버스 등을 운행한 기사들도 있었으며, 1억원 넘게 돈을 잃은 사람도 있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이들은 도박장 컨테이너 밖에 폐쇄회로(CC)TV 2대를 설치해 놓고 단속을 피하려 했다.

경찰은 이곳에서 최소 50여명이 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돼 계속 수사하는 한편, 전국 전세버스 차고지를 상대로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행락철 수학여행 등 각종 관광객들을 실어나를 전세버스 기사들이 밤샘 도박에 빠져 졸음운전으로 자칫 대형 인명사고를 내지 않도록 비슷한 사례가 있는지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