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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양대개발은행 AIIB-ADB, 벌써 '신경전'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운영 방향을 놓고 중국 고위관료와 아시아개발은행(ADB) 총재가 미묘한 신경전을 연출했습니다.

베이징에서 열리는 중국발전고위급 포럼에 참석 중인 나카오 타케히코 ADB 총재는 23일(현지시간) 열린 관련 행사에서 "ADB는 아시아 인프라 지원을 위한 AIIB 설립을 환영하며 경쟁관계가 아닌 보완관계로서 상호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AIIB가 최선의 방법을 따르고 환경에 대한 영향력 감소를 확보하며 일부 보호조치를 취할 수 있다면, 아시아 지역의 기초시설투자수요를 매우 훌륭하게 총족할 것으로 본다"는 말도 했습니다.

그러나 기존 국제금융기구의 운영 방식을 암시한 듯한 그의 '최선의 방법'이라는 표현은 중국 고위관료의 즉각적인 반박을 야기했습니다.

AIIB 출범을 진두지휘하는 러우지웨이 중국 재정부장은 "나는 '최선의 방법'이라는 걸 인정할 수 없다. (도대체) 누가 가장 좋은가"라고 반문한 뒤 "방금 나카오 총재는 (ADB 역시) 진일보한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만약 (ADB가) '가장 좋은 것'이라며 개혁은 필요치 않은 것"이라고 면박을 줬습니다.

또 "서방은 때로 일부 규칙을 제기한다. 나는 '가장 좋은 것'이 뭔지 모르겠다"고 덧붙였습니다.

관영 중국중앙(CC)-TV는 전날 밤 방영한 AIIB 심층보도에서 이 장면을 보여주며 "나카오 총재가 러우 부장의 공개반박에 부딪혔다", "러우 부장의 이야기는 사실상 아시아 개발도상국들의 국제금융질서에 대한 불만을 아주 잘 대변한다"고 해설했습니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금융기구들이 안고 있는 문제점도 조명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세계의 양대 금융기구라 할 수 있는 세계은행(WB)과 국제통화기금(IMF)은 모두 미국이 최대 출자국으로, 미국은 이 두 기구에서 거부권을 갖고 있습니다.

또 세계은행과 ADB 규정에 따르면 개도국이 융자를 받으려면 정부 투명성, 이데올로기 형태 등에 대한 검증을 받아야 하고 환경보호, 고용, 입찰 등 다양한 규정도 통과해야 합니다.

CCTV는 "심사기간이 걸핏하면 1∼2년이 소요된다"며 "더욱 큰 문제는 이들 기구가 근본적으로 수요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라고 주장했습니다.

CCTV는 이번 포럼에 참석한 ADB 주중국대표처 수석대표를 인용, "아시아 지역은 연간 8천억 달러의 투자수요가 발생하고 있지만 ADB는 그중 5%를 제공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습니다.

AIIB 설계도를 짜는 러우 부장이 ADB 총재와 공개 장소에서 신경전을 벌이고 중국 관영언론이 미국, 일본이 주도하는 국제금융시스템의 문제를 조명한 것은 모두 중국이 AIIB 운영에서 '독자적인 길'을 걸어갈 것임을 시사한다는 해석이 나옵니다.

실제로 중국은 이미 AIIB와 기존 국제금융시스템과의 차별화를 선언한 상황입니다.

훙레이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3일 영국이 AIIB를 선언한 데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AIIB는 기존의) 일부 다국적 은행들이 걸었던 '굽은 길'은 가급적 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SBS 뉴미디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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