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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뜰폰 사업자들, 복수의 이통사망 쓰며 '영토확장' 시도

반값 통신비를 내세운 알뜰폰의 성장세가 본궤도에 올라선 가운데 최근 들어 두 곳 이상의 이동통신사 망을 쓰는 '멀티 알뜰폰 사업자'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특정 이통사에 의존하는 관행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자사에 유리한 이통사 망을 복수로 선택해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다.

18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그동안 LG유플러스 망을 빌려쓰던 중소 알뜰폰 업체 머천드 코리아(브랜드명 마이월드)는 이번 주부터 KT 망으로도 서비스를 시작했다.

LG유플러스쪽 알뜰폰이 LTE 중심이라면 SK텔레콤·KT는 3G에 주력한다. 머천드 입장에서는 LTE와 3G 고객을 한꺼번에 공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된 셈이다.

KT가 최근 자사의 전국 직영 대리점을 KT망을 쓰는 알뜰폰 업체에 개방한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태광그룹 계열 한국케이블텔레콤(KCT)과 협력해 알뜰폰 사업을 하는 서경·울산·푸른·남인천·금강·제주방송 등 6개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들도 기존의 SK텔레콤 외에 LG유플러스와도 망 임대 계약을 맺고 사업 확대를 선언했다.

이들 SO는 그동안 모회사격인 KCT와 사실상 한 몸처럼 움직여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독자 행보에 나섬으로써 업계의 주목을 끌었다.

멀티 망은 법·제도적으로 2012년 알뜰폰 사업 출범 당시에도 가능했지만 알뜰폰시장의 앞날이 불확실한데다가 사실상 갑으로 군림하는 소속 이통사의 간섭 때문에 사업자들이 쉽게 나서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그러다 이마트가 작년 말 처음으로 기존 SK텔레콤 망에 LG유플러스 망을 추가하며 멀티 망 사업의 물꼬를 텄고, 올 초에는 아이즈비전(SK텔레콤·KT), 에스원(KT·SK텔레콤), 홈플러스(KT·LG유플러스), 프리텔레콤(SK텔레콤·KT) 등이 줄줄이 뒤를 이었다.

특히 이마트의 경우 LG유플러스와 손잡고 사업을 개시한 지난 1월 고객유치 건수가 큰 폭으로 증가하며 멀티 망 사업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실질적으로 시장에 들어와 있는 알뜰폰 사업자가 30여개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아직은 멀티 망 사업자 비중이 크지 않지만, 업계에서는 머지않아 멀티 망이 알뜰폰 시장의 대세로 자리 잡을 것으로 전망한다.

알뜰폰 사업자 입장에서는 고객들의 이통사 브랜드 선호도에 맞춰 유연하게 사업을 이끌 수 있고 판매 기반도 확장·강화할 수 있어 불리할 게 없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통 3사 망을 모두 쓰는 사업자도 조만간 출현할 것으로 예상한다.

멀티 망 사업자 증가는 알뜰폰 시장의 성장과도 궤를 같이한다.

알뜰폰 시장이 커지며 개별 사업자의 입지가 강화됐고 특정 이통사에 매이는 것을 거부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올 1월 현재 알뜰폰 가입자 수는 474만8천628명으로 그 비중이 전체 이통시장의 8.27%인데, 올해 중에는 10%선을 무난히 넘어설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예전에는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 망에 넣어달라고 부탁하는 상황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이통사가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하며 자사 망에 들어와 달라고 애원하는 처지가 됐다"고 설명했다.

상황에 이렇게 되자 SK텔링크(SK텔레콤)·KT IS(KT)·미디어로그(LG유플러스) 등 이통사의 알뜰폰 자회사들은 역차별을 받지 않을까 전전긍긍하고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멀티 망을 통해 사업을 확대하고 싶어도 모회사와의 관계 때문에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복수 망을 기반으로 공격적으로 시장을 파고드는 후발주자에 고객을 내주지 않을까 우려가 크다"고 토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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