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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왜 이번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가 줄었다고 생각할까?

[취재파일] 왜 이번 정권에서 낙하산 인사가 줄었다고 생각할까?
박근혜 정부에서 임명된 공공기관 낙하산 인사들을 만났을 때 하나같이 했던 말이 "이번 정부에서 낙하산 인사가 정말 많이 줄었다"는 말이었습니다.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지냈던 김선동 한국청소년진흥원 이사장은 "다른 정권의 10분의 1도 안 된다. 아마 역대 정권, 그리고 앞으로 탄생할 모든 정권을 포함해도 낙하산 인사를 가장 적게 한 정권이 될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SBS 탐사보도팀이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임명된 공공기관 임원들을 전수 분석했더니, 낙하산 인사는 318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정권이 원하는 사람을 임명하기 위해 임기가 남은 공공기관 임원에게 강제 사퇴 압박을 넣은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등 낙하산 인사의 대명사로 불리는 이명박 정부보다 같은 기간 대비 오히려 30%나 많은 숫자입니다. 모든 정권 중 가장 낙하산 인사가 적을 것이라는 공언이 무색할 정도입니다.

그럼 낙하산 인사가 다른 정권의 10분의 1도 안 될 것이라는 공언과 이명박 정부보다 30%나 많은 현실 사이의 괴리는 왜 발생한 걸까요? 단지 현실을 부정하려는 심리의 반영일까요? 그렇다고 보기엔 간극이 너무 큽니다. '10분의 1' 발언까지 나온 배경엔 뭔가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저희 취재팀은 공공기관 기관장이나 임원으로 임명된 낙하산 인사들의 경력을 분석하면서 그 이유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낙하산 인사들의 경력과 그들이 간 공공기관의 현재 위치의 상관관계가 그것이었습니다. 몇 명만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괄호 안은 해당 기관이 위치한 지역입니다.

한전원자력연료(대전) 조은숙 감사
한나라당 대전광역시당 여성위원장

한국가스기술공사(대전) 이건영 감사
18대 대선 선대위 충청권 조직전략위원장

한국농어촌공사(나주) 김종훈 감사
18대 대선 선대위 호남권 조직전략위원장

전북대병원(전주) 최옥선 감사
전북희망포럼 여성국장


●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역설?

자신들이 활동하던 지역과 현재 자신이 몸담고 있는 공공기관의 현재 위치가 거의 일치합니다. 선거 기간에 열성적으로 뛰었던 지역 정치인이 자신이 활동한 지역의 공공기관 임원을 차지한 겁니다. 이런 구조는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으로 가능해진 것으로 보입니다. 지방 분권과 지방 경제의 활성화를 위해서 단행된 공공기관 지방 이전이 지역 정치인에게 새로운 활로를 열어준 겁니다.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다른 정권에 비해 낙하산 인사가 10분의 1도 안 된다'라고 생각하는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과거에는 대부분의 공공기관의 서울과 수도권에 있는 일극체제였죠. 공공기관 임원 자리도 당연히 서울에서 활동하던 소위 중앙 정치인들 차지였습니다. 지리적으로 가깝다보니 서로 어울릴 기회도 많았을 겁니다.

그런데 공공기관들이 지방으로 내려가면서 지역 정치인들이 공공기관 임원 자리를 차지합니다. 중앙 정치인들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잘 모르는 지역 정치인이 공공기관의 임원자리를 차지하니 낙하산 인사가 많이 줄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겁니다. 공공 기관이 지방에 흩어져 있다 보니 누가 어디에 있는지도 잘 모르겠죠. 취재 과정에서 낙하산 인사가 많이 줄었다고 이야기 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소위 중앙 정치인이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습니다.

그럼 왜 지방 정치인들에게 지방으로 내려온 공공기관 임원자리를 줬을까요? 가족과 활동 기반이 서울에 있는 중앙 정치인들이 지방에 내려오는 것을 꺼려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고액의 연봉이 보장되는 자리를 지방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거절했다고만 생각하기에는 아무래도 가능성이 낮아 보입니다. 취재 중 만난 한 지역 정치인의 이야기가 좀 더 설득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지방에 있는 사람들은 선거 때가 되면 생업 제쳐두고 정말 열심히 뛴다. 중앙에 있는 사람들보다 더 열성적이다. 그런데 그렇게 공을 세워도 그 사람들 갈 때가 없었다.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내려오면서 이제 그 사람들 챙겨줄 자리가 생겼다. 공공기관 임원으로 가는 사람들 보면서 다른 지역 정치인들도 다음 선거에서 정말 열심히 뛸 거다."
[아리]朴정부 낙하

● "개국공신들이 오히려 역차별받고 있다"

낙하산 인사가 줄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습니다. 과거에는 기관장들 위주로 낙하산 인사들이 많이 배치되었다면, 이번 정권에서는 감사나 이사 자리를 중심으로 낙하산 인사들이 많이 투하된 겁니다. 상대적으로 조명을 덜 받는, 그러다보니 비판을 덜 받는 자리 위주로 낙하산 인사들이 임명되다보니 낙하산 인사가 줄었다고 생각할 수 있는 겁니다. 일종의 확증편향입니다.

"예전이면 기관장으로 갈 사람이 감사로 가고, 감사로 갈  사람을 이사로 보내는 게 이번 정권이다. 오히려 개국 공신들이 역차별 받고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낙하산 인사가 다른 정권보다 많겠나?"

취재 중 만난 한 정치인 이야기 입니다.

최근 전임 정권에서 임명한 공공기관 임원들의 임기가 도래하면서 새로운 사람들로의 물갈이가 거의 끝났습니다. 공공기관의 지방 이전도 거의 마무리되고 있죠. 최근 임명된 사람들의 임기는 대략 내후년 중반 쯤 끝납니다. 대선이 있는 시기죠. 여당 입장에서는 대선 기간 열성적인 선거 운동에 대한 충성을 담보하기 위해서, 특히 관리가 어려운 지역의 선거 운동을 위해서, 낙하산 인사를 내려 보내고 싶은 유혹에 충분히 빠질 수 있는 시기입니다. 어떤 사람들이 임기가 도래한 사람들의 자리를 이어받을지 앞으로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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