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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플러스] 흡연 '경고 그림' 법안 또 무산

정부가 올해 중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금연 사업.

담뱃값을 올리는 가격 정책과 담뱃갑에 경고 그림을 넣는 비가격 정책, 이 두 개의 날개로 금연을 유도하겠다는 게 원래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담뱃값은 새해 첫날부터 바로 올랐지만, 경고 그림을 의무적으로 도입하는 법안은 또 한 번 국회를 통과하는 데 실패했습니다.

이틀 전 2월 임시국회의 마지막 날 너무나도 허탈하게 처리가 무산된 겁니다.

심영구 기자가 취재파일로 자세히 남겼습니다.

담뱃갑 경고그림 의무화 법안은 지난달 여야가 합의를 이뤄 복지위 전체회의를 통과했지만, 뜻하지 않게 최종 관문인 법제사법위원회가 발목을 잡았습니다.

갑자기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이의를 제기한 겁니다.

뚜렷한 이유를 밝히지도 않았는데도 제2 소위에 회부 되기까지 2분 남짓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이상민/국회 법제사법위원장 : 예, 그렇게 하시죠. 특별히 쟁점이 아니면, 예, 특별히 이걸 빨리해야 할 그런 상황이 아니면….]

김진태 의원은 추후 경고그림의 효과에 대한 의문과 흡연권, 그리고 행복추구권 침해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다고 했지만, 이는 복지위에서 이미 논의가 됐던 부분이었습니다.

이에 월권행위라는 복지부 관계자들의 지적과 함께 금연운동단체들은 담배 업체의 로비까지 의심하고 나섰습니다.

경고 그림 관련 법안은 지난 2002년부터 11번이나 발의됐지만, 매번 무산됐습니다.

13년이나 기다렸는데 또 다시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간 겁니다.

그때 가서 또 다른 법안들에 밀려서 논의가 미뤄지지 않을 거란 보장도 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올 들어 마침 흡연율도 떨어지고 있다는데 시너지를 일으킬 중요한 한쪽 날개를 잃어버리게 됐으니, 정말 정부가 국민들의 건강을 증진하겠다는 건지 아니면 단순히 세수 확보를 위해 담뱃값만 올린 건 아닌지 이런 인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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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주는 졸업식 주간이었죠.

그런데 즐거워야 할 대학교 졸업식 분위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내용 8시 뉴스에서 전해 드렸는데요.

보도를 담당했던 정혜진 기자가 취재파일을 통해 그다지 기억하고 싶지 않은 십여 년 전 자신의 졸업식 날을 떠올렸습니다.

지방에서 일부러 오신 어머니에게 짜증을 내고 가족과는 식사도 하지 않은 채 끝났다는데요.

취직도 하지 못한 채 졸업하는 모습을 보여 드리기가 미안하고 면목이 없어서 그랬다고 고백했습니다.

세월이 흘러 취재를 위해 다시 찾은 졸업식장에서는 이렇게 취업을 못 한 졸업생이 두 명 중 한 명꼴이었고 더이상 미루지 않고 졸업하는 것 자체가 목표인 학생들이 많았습니다.

[서울대 졸업유예 학생 : 오기는 오는데 표정이 좋지는 않고 부모님들도 오시긴 하는데 기쁜 날이 아닌 거죠. 졸업식이라는 게….]

[서울 시립대 졸업유예 학생 : 3년 전까지만 해도 졸업사진 꼭 찍고, 학사모 사진 꼭 찍고 이런 게 관례였는데 저희 때는 졸업앨범 다 안찍었어요.]

8학기를 마치고 바로 취업을 하기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대부분은 이 학생들처럼 졸업을 미루고 "졸업 예정자" 신분을 유지합니다.

그래야 인턴십 같은 스펙을 더 쌓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기성세대가 만들어 놓은 사회에 진입하기 위해서 갖춰야 할 스펙은 끝이 없습니다.

취업에 필요한 스펙은 학벌과 학점, 토익점수를 뜻하는 '3종 세트'에 어학연수와 자격증을 추가한 '5종 세트'가 기본이고 여기에 공모전 입상과 인턴 경력을 더한 '7종 세트'로 늘어난 데 이어, 최근에는 사회봉사와 성형까지 해야 하는 '9종 세트'로 확대됐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습니다.

이른바 '청년 미생'들, 각종 통계로 뭉뚱그려져 있지만, 한 명 한 명 저마다의 꿈을 펼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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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홍콩 곳곳에서 이렇게 험악한 광경이 펼쳐집니다.

중국 본토인들이 몰려와 생활필수품을 죄다 쓸어담으면서 물가까지 올라가자 홍콩 시민들이 중국인들에게 "돌아가라. 오지 마라."하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겁니다.

양쪽 간의 갈등은 사실 꽤 역사가 깊은데요.

뭐가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지 우상욱 특파원이 취재파일을 통해 전했습니다.

영화 '첨밀밀'을 보면 홍콩이 중국에 반환되기 전이 배경이라 홍콩에 사는 본토인은 불법 체류자로 영어도 광둥어도 못 한다며 무시를 당합니다.

반환 이후, 본토인들이 돈을 쓰러 오면서부터 위상은 달라졌지만, 쉽게 오갈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다 2009년 선전을 시작으로 자유여행을 허용하는 도시를 매년 늘린 결과, 홍콩을 방문하는 중국인은 급증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서로 간의 문화적 이질성 탓에 여기저기서 문제가 불거졌습니다.

2012년에는 지하철에서 음식을 먹는 행위 때문에 또 지난해에는 노상방뇨 문제로 홍콩인들의 반중국인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그래도 여기까지는 단순히 생활 습관의 차이에서 비롯된 감정적인 싸움이었는데요.

이번에 생긴 문제는 다릅니다.

대중교통을 비롯한 편의 시설이 모자라게 됐고 분유 같은 생필품이 비싸지는 등 홍콩 시민들에게 실질적인 피해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고 홍콩 경제에서 중국인을 배제할 수도 없고 홍콩 당국은 무분별하게 문을 연 대가로 혼란과 부작용 속에 고민하고 있는데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습니다.

당장 제주도만 봐도 중국인들에게 무비자 입경을 허용하고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중국 자본을 유치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제주도를 중국에 빼앗기게 생겼다고 호들갑을 떨게 됐으니 말입니다.

머지않아 중국인 방문객 1천만 명 시대가 열릴 텐데 홍콩처럼 뼈아프게 후회하지 않으려면 정밀한 준비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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