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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수진의 SBS 전망대] 2달 일하고 상품권 1장? "싼값에 알바 쓰는 느낌"

대담 : 세계일보 이지수 기자, 민변 류하경 변호사

▷ 한수진/사회자:

직장 체험을 해준다는 명분하에 일부 대형마트가 대학생들의 노동력을 착취하고 있어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두 달 동안 하루 8시간씩 주5일을 꼬박 일한 대가가 고작 10만 원짜리 상품권 한 장이었다고 하는데요. 이 문제를 보도한 세계일보 이지수 기자 연결해서 자세한 내용 알아보겠습니다. 이지수 기자, 나와 계십니까?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예,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두 달 동안 10만 원 상품권 한 장이라, 너무 심한 것 같은데요. 대학생들 구체적으로 무슨 일을 한 건가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지점별로 약간씩 차이는 있는데요. 주로 매장에서 일을 한다는 건 동일합니다. 카트에 물건을 담고 돌아다니면서 물건 진열을 하거나 음료 박스를 나르기도 하고, 마트에서 할인행사 하는 전단지를 매장 건물 곳곳에 붙이는 일도 하고 있었고요. 신선도를 유지한다고 멍든 과일을 골라서 빼거나 아니면 시들어서 물렁해진 걸러내는 그런 작업도 하고 있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이런 일을 하루 8시간, 거의 일반 직원과 다름없이 일을 했다는 거예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예.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도 겨우 상품권 한 장을 줬다, 상품권 한 장의 의미를 어떻게 봐야 되는 건가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학생들이 받은 건 상품권 10만원이 전부인데, 해당 마트에서는 소정의 성의라고 볼 수가 있겠죠. 근데 거기서 일하는 학생들은 이걸 가지고 '열정페이'라고 말을 하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요즘 하는 말로 '열정페이'라는 말씀인데. 그런데 마트와 대학이 '학점 인정 인턴제'라는 협약을 맺어서 운영을 하는 거라고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학점 인턴제가 크게 두 개로 나눠서 보시면 되는데요. 하나는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시행하는 프로그램이 있고, 또 하나는 고용노동부에서 시행하는 '직장 체험 프로그램'이라는 게 있습니다. 둘 다 학교에서 학점을 받고 현장에서 일을 한다는 측면에선 동일한데요. 이번 방학에도 지점별로 30명에서 40명의 학생들이 각 마트에 파견돼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고용부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지침상 아까 말씀드린 진열 업무 같은 단순 업무를 못하게 돼있어요. 근데 현장에 가보면 단순 노무에 다들 동원이 되고 있고, 대학 프로그램에서 참여하는 학생들은 말할 것도 없고요. 이렇게 현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학점에서 일정 학점을 인정해주는 시스템이 '학점 인정 인턴제'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학점은 얼마나 인정받는 건데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학교마다 다른데, 이번 마트 같은 경우 예를 들면 A대학교 같은 경우에는 9학점, B대학교는 한 달에 3학점 주고. 2학점을 주는 학교도 있고, 학기 중에 일을 하게 된다면 15학점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학생들이 업체에서 교육을 받는다거나 하는 시간은 전혀 없는 건가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이번에 학생들한테 가장 많이 들은 얘기가 "딱 봐도 싼값에 아르바이트생 쓰는 느낌이었다"였어요. 그러니까 학생들이 고상한 사무 업무만 바라는 게 아닙니다. 인터뷰 내용을 정확히 옮기자면, "진열 업무만 하는 걸 뭐라고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이것만 시키니까 화나는 거다"라거나, "전반적인 유통 프로세스나 내가 왜 이 유통기한 체크를 하고 있고 재고 관리는 얼마만큼 중요한지 알려줬으면 좋겠다" 이런 말들을 했습니다. 사전교육이 제대로 되거나 중간 중간 꼼꼼하게 가르쳐주는 쪽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이 제도의 취지는 실제 현장에 나가서 실무도 배우고 학점도 인정받고 이런 것일 텐데, 실제로는 거의 단순노동만 한다, 이렇게 볼 수 있겠군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취지 자체는 매우 훌륭합니다. 그러니까 실무형 인재를 키우겠다는 게 핵심 발상인데요. 기업이 이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많아서 안타까운 거죠. 제가 만난 한 학생은 "나는 한 달 내내 진열 업무만 했다"면서, "재고조사라도 좀 가르쳐줬으면 좋겠다"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학생은 "차라리 다른 인턴을 할 걸 그랬다" 이렇게 말을 하기도 하고. 이번 마트뿐만이 아니라 학점인턴제로 기업에 나가 있는 학생들이 단순업무에 시달리고 있는 답변이 여럿 있었는데요.

어떤 학생은 경영대를 나와서 자기가 회계나 운영 관리 관련해서 관심이 많아서 관련 과에 지원해서 들어갔는데, 그런 일은 안 시키고 설문조사를 시키거나. 아니면 해당 회사가 건강관련 업체라, 위 내시경 하는 환자를 잡고 있으라는 업무를 시키기도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게 교육을 위한 노동이 돼야 되는데, 현장에서는 노동을 위한 노동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런데 지금 제작진이 기사에 언급된 학교 중 한 곳을 취재를 해보니까, "상품권 10만 원이 전부가 아니다. 학교에서 별도로 지원금이 나간다" 이런 말도 하던데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예. 물론 이게 여러 가지 학교가 참여하다 보니까 학교에서 별도로 지원금이 나가는 곳도 있습니다. 제가 아까 말씀드린 고용부 프로그램에 지원한 학생들은 정부 보조금으로 월 40만 원씩을 받고 있고, 대학의 경우도 무급인 경우도 있지만 일정 급여를 학교에서 지원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게 대학에서 주는 보조금이라는 것이 대단한 게 아닌 게, 무급에서 20만 원, 40만 원 정도를 지원해주는데, 하루 8시간씩 주5일을 일하는 것치고는 정당하다고 보기가 힘들죠. 그리고 이것과 별도로 기업체 측에서 상품권 10만 원으로 때우고 있다는 게 문제의 핵심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경우에 따라서 한 달에 한 40만 원 지급받는 학생도 있는 거고, 정말 한 푼도 받지 못하는 학생도 있는 거겠군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네네. 

▷ 한수진/사회자:

대형마트 입장도 들어보셨어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마트에서는 보도가 나간 후에 "제도를 보완해서 운영하겠다"라는 말을 했는데요. 이전까지는 "정규 채용 시스템을 통해서 들어온 직원들이 아니라서 무급이 당연하다" 아니면 마트 쪽의 요청이 아니라 대학에서 요청했기 때문에 "귀책사유가 대학 측에 있다" 이런 입장이었죠. 아니면 뭐 "유통업이 원래 힘들다" 이런 말도 덧붙였고요.

▷ 한수진/사회자:

학생들은 이 제도에 대해서 어떻게들 이야기하고 있어요?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학생들은 크게 분노형하고 체념형이 있는데요. 분노형 학생들은 "우리는 교육받으러 간 거지 알바 하러 간 게 아니다" 이렇게 말을 하면서 "정식 직원도 아니고 정규 월급도 안 줄 거면 취지대로 교육이나 제대로 하라" 이런 입장이고. 또 체념형 학생들이 있는데, 이런 학생들은 "그래도 스펙 한 줄 넣을 수 있는 게 어디냐. 내가 지원했으니까 할 말이 없다" 이런 말들도 해서 안타깝더라고요. 

▷ 한수진/사회자:

우리 청년들, 한 줄 스펙 아쉽다고 기업들이 또 그걸 너무 이용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고요. 대학도 문제가 아닌가 싶고요. 오늘 말씀 잘 들었습니다. 고맙습니다.

▶ 이지수 기자/세계일보 단독보도

네.

▷ 한수진/사회자:

대형마트의 열정페이 문제를 취재한 세계일보의 이지수 기자의 이야기 먼저 들어봤고요. 이어서 민변 노동위원회의 류하경 변호사 연결해서 법적 문제는 없는지 자세히 짚어보겠습니다. 변호사님, 나와 계십니까?

▶ 류하경 변호사/민변

네, 안녕하세요.

▷ 한수진/사회자:

법적으로도 문제의 소지가 있습니까? 

▶ 류하경 변호사/민변

그렇죠. 이게 형식은 현장실습이나 산학합력이라고 돼있지만, 그 실체를 들여다보면 이게 '근로관계'입니다. 우리 대법원이나 노동부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판단하는 데 있어가지고 계약의 형식과는 관계없이 그 실질을 봅니다. 근데 그 실질적 관계가 사용종속 관계이고, 사용자로부터 지휘 명령 감독 보고 체계 하에 있으면서 근로를 제공하게 되면, 그것은 형식과 관계없이, 이름과 관계없이, 근로자로서 근로계약을 맺고 있다고 봐야 되죠.

이 사안은 이 학생들이 근로자입니다. 실질적으로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한 것이고요. 그래서 이 사안의 경우에도 학생들이 근로기준법이라거나 최저임금법 적용을 받게 되죠. 특히나 최저임금법 미달입니다. 제가 듣기로는 10만 원 짜리 상품권 한 장 달랑 받았다고 하는데.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요.

▶ 류하경 변호사/민변

지금 현행 최저임금법에 따르면 시간당 5580원을 받아야 돼요. 이렇게 되면 상당히 문제가 있죠. 심각한 노동착취라고 볼 수 있습니다. 

▷ 한수진/사회자:

그러면 최소 얼마 정도 임금이 지급돼야 되는 건가요? 

▶ 류하경 변호사/민변

방금 말씀드렸다시피 지금 최저임금법이 5580원이기 때문에요. 그 정도 수준을 받아야 되고. 하지만 이게 뭐 수습 근로자다, 수습을 하는 근로자이지 않습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법에는 수습근로자에게도 대통령령에 따라서 최저임금의 90%를 줘야 된다, 그렇게 되면 최저임금 90%가 한 달 일했다고 그렇게 계산하면, 하루 8시간, 주 40시간 일했다고 하면 한 달에 한 80만 원 정도는 줘야 됩니다, 최소.

▷ 한수진/사회자:

그러니까 학점 인정 인턴제 협약을 맺었다고 해도 학생 신분이 아니라 근로자 신분으로 봐야 된다는 말씀이시고요? 

▶ 류하경 변호사/민변

물론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사실 마트뿐만이 아니죠. 지금 이런 식으로 현장실습이라는 명목 하에 고등학교 졸업도 하지 않은 학생들 실제 업무에 투입되는 경우 많지 않습니까? 

▶ 류하경 변호사/민변

네, 저희가 알고 있기로 과거에 전통적인 제조 공장에서 우리 공고 출신 학생들이 많이 일을 했었죠. 그리고 요즘에는 서비스 업종에도 많이들 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이를테면 미용업계, 조리업계, 이런 기술이 필요한 서비스 업계에도 많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근데 제가 알고 있는 조리업계라든가 이런 쪽은 사실은 미성년자보다는 대학생들이 많이 있는데요. 제가 몇몇 사례를 들어보면, 조리학과, 호텔경영학과 학생들이 호텔이나 선수촌 식당, 아주 큰 데 이런 데 가서 하루에 12시간씩 1일 2교대로 한 만여 명 정도의 단체 식사를 준비를 하는 업무를 합니다. 식기 정리도 하고. 이런 고강도 노동을 하면서 한 달에 얼마를 받느냐? 50만원이 채 안됩니다. 50만 원이 채 안 되는 돈을 받으면서 일을 하고요. 시급으로 치면 2700원, 2500원 정도 됩니다.

▷ 한수진/사회자:

법정 최저임금도 안 되는군요. 

▶ 류하경 변호사/민변

네, 1999년 최저 임금 수준입니다.

▷ 한수진/사회자: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 류하경 변호사/민변

일단은 지금 가장 문제가 산학협력이나 현장 실습생들에 대한 정부, 노동부나 교육부 가이드라인이 전혀 없는 상태입니다. 지금 노동부나 교육부가 근로감독을 나가야 되는데, 사실 인력이 조금 부족하고 그러다 보니까 이게 감독이 잘 안되는데, 우선 당사자의 신고나 고발이 없으면 당국이 선제적으로 움직이기가 좀 여의치가 않습니다. 그래도 우리 젊은 학생들이 이렇게 심각한 노동착취 현장에 있다는 인지를 하고 선제적으로 적극적으로 노동부가 근로감독에 나서야겠죠. 

▷ 한수진/사회자:

네, 오늘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민변 노동위원회 유하경 변호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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